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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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의 삼대의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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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염상섭의 「삼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사실 어떤 커다란 사건 속에 휘말린다거나, 치열한 이데올로기적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 살던 한 삼대(三代)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 또한 심각한 이념적 고민이나 아픔 같은 것은 아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말이다) 그러나 「삼대」의 인물들 역시 ‘현실적인’ 문제와 부딪치고 좌절한다.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탐욕적으로 보인다기 보다는 오히려 시원하다. 이념의 노예가 되어버린 인물들이 아니라, 행동으로 자기를 드러내는 삼대(三代)는 보기에 불편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이전에 근대를 다룬 다른 소설들이 거창한 이념을 내세우거나 도덕적 계몽을 외치는 것과는 달리 「삼대」는 지금 우리들도 충분히 이해 가능한 돈이나 세대 간의 갈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지금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갈등으로 고민하고 있어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동시에, 갈등 속에 투영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당시 식민지 조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조 의관, 조상훈, 조덕기는 각각 식민지 조선 사회의 단편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소설이 그리고 있는 식민지 조선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봉건주의 질서와 일본을 통해 유입된 자본주의가 서로 섞이지도, 그렇다고 완벽하게 대립하고 있지도 않는 상황이었다. 새로운 질서와 기존의 질서가 식민지라는 상황아래 혼재 되어 있던-한마디로, 그 무엇도 절대적인 가치와 기준으로 자리 잡지 못한 시대에서 삼대(三代)가 겪는 혼란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한 하늘 아래 살지만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사는 이 삼대(三代)의 모습을 통해 당시 식민 조선을 살던 사람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큰돈을 주고 족보를 사들일 만큼 조 의관은 가문을 중시하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조의관을 완전히 구시대적 인물로 보기는 어렵다. 그는 근대 자본주의의 상징인 물질의 추구에 누구보다도 발 빠르게 대처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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