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인을 기다리며를 읽고

소개

존 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를 읽고 쓴 독후감입니다.

목차

Ⅰ. 들어가며

Ⅱ. 본 말
1. 미국과 제국
2. 공포는 만들어지는 것
3. 문명과 야만 사이
4. 지식인으로서의 치안판사

Ⅲ. 마치며

본문내용

Ⅱ. 본 말

1. 미국과 제국

이 책은 철저하게 익명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몇 인물을 제외하고는 인물들의 이름도 거론되지 않으며, 소설 속 공간이 어느 곳인지, 시대는 어느 시대인지, 제국은 어느 나라이며 야만인은 어느 부족인지 모두가 애매모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 중 하나는 오늘날 이라크를 침공하고 있는 미국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었다. ‘소설’이라는 것의 사전적 정의는 이러하다.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이야기를 꾸며 나간 산문체의 문학양식. 때문에 나는 이 소설이 혹시 작금의 이라크 전쟁에 대해 빗대어 쓴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품어 보기도 했다(그러나 이 소설은 1987년도에 이미 등록을 한 소설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 나는 왜 이 책의 저자가 시간이며 장소를 불분명하게 한 것이었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제국이 행사하는 폭력과 억압은 특정한 시대와 장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했고, 현재도 그러하며 미래에도 그러할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었으리라.

책 속에서 제국은 끊임없이 야만인을 경계하여 군대를 보내고 보초를 서며, 그들이 부녀자를 강간하고 물건을 약탈해 간다는 등의 소문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책이 마치는 그 순간까지 제국이 말하는 그 ‘야만인’이라는 존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오늘날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있다. 바로 이라크전이다. 미국은 이라크가 대량 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하며 이라크를 침공하고 이라크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나 과연, 이라크가 갖고 있다는 대량 살상무기는 과연 있는 것인가, 언제쯤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나는 제국인 미국이 말하는 대량 살상무기의 존재가 책 속에서 말하는 야만인의 존재와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결국 미국은, 부시 정권은 자신들의 힘을 존속시키기 위하여 이와 같은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참고자료

· 야만인을 기다리며
· 존 쿳시 | 왕은철 | 들녘 | 2003.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