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세월 저쪽의 생화(生花)

소개

【소설】세월 저쪽의 생화(生花)

시(詩)를 소재로 한 짧은 소설 쓰기,
즉 장편(掌篇)소설 쓰기,
백석의 시 <여승>을 소재로 함.

목차

없음

본문내용

무릇 속세(俗世)의 풍경은 불경스럽다. 반면 저쪽 비속(非俗)의 풍경은 생경스러웁다. 카메라들을 짊어지고 속세와 비속을 넘나든지 어언 이십 년 가까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그렇다. 카메라의 눈은 정직하다지만, 인화를 거쳐 나온 사진 속의 풍경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비속의 풍경은 아름다움으로 극대화되어 있는 반면 속세의 풍경들은 한없이 애련하다. 그러니까 어쩌면 내 눈의 이상 이전에 속과 비속 모두 미(美)와 정(情)은 숨기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하물며 십 년 저쪽의 풍경이야. 이제 막 인화를 거쳐서 나온 사진 속의 비구니 스님 역시 그렇다. 속과 비속의 두 풍경을 숨겨 가진 채 세월과는 무관하게 지지 않고 피어 있는 생화(生花)와도 같아 보인다.


1.

마침 삭발식을 거행하는 중이었다. 속세의 여인으로부터 비속한 절의 비구니가 되는 순간의 심정이란 가늠이 되기는 하지만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카메라로 촬영을 시작했다. 뜻밖의 장면을 놓칠 수 없었으므로 파인더에 잡힌 풍경을 주시하고 셔터를 눌러댔다. 머리를 숙이고 있는 여자의 머리칼이 칼날에 밀리며 떨어져내리고 파리하게 드러난 두상을 보고 있던 나는 가슴에 생마늘이라도 문지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안쓰러움은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있는 저 여인이 아니라 속세의 때에 절어서 살아가고 있는 내 쪽이 아닌가, 고 센티함을 무마하려고 애썼다. 그러는 중에도 파인더에 잡힌 칼날은 여인의 두상

(중략)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