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단거리패의 연극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을 보고

소개

연희단거리패의 연극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을 보고 적은 감상문

목차

없음

본문내용

연극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이하 ‘억척어멈’)은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희곡을 그의 서거 50주년을 기념하여 연희단거리패에서 번안하여 상연한 작품이다. 연극의 연출가는 원작의 얼개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원작의 배경이 되는 독일의 30년 전쟁을 한국 전쟁으로 탈바꿈하고, 대사와 동작에 한국의 소리와 춤사위를 대입하여 성공적으로 수용해내고 있다.

작품은 억척어멈을 중심으로 한 가족의 삶을 조명한다. 전쟁 중에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를 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리얼하게 풀어놓으면서도, 관객들이 오로지 이야기의 흐름에만 집중하여 비판적인 시각을 잃지 않도록 세심한 장치를 더한다. ‘억척어멈’은 전쟁을 통해 한 가족이 파멸하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전쟁 고발의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또한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등장인물들의 삶과 행위에 대한 것이었다.

‘억척어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념 전쟁을 다룬 작품들이 늘 그러하듯이, 바뀌어 가는 시대상황에 적응해 가는 인물들과 그렇지 못한 인물들로 나뉜다. 전쟁이 돌아가는 상황에 따라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는 군목이나 취사병이었다가 전쟁이 끝나자 식당을 할 궁리를 하는 최 일병 같은 인물들이 존재하는가 하면, 빨치산 병사의 면전에서 대들기를 주저하지 않는 농부 같은 인물들도 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과연 이름처럼 억척스러운 상황 적응력을 보여주며 최후까지 살아남는 억척어멈과는 달리, 그녀의 세 자식들은 하나같이 명이 길지 못하다는 점이다. 첫째 아들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약탈을 일삼다가 잡혀가고, 둘째 아들은 적군에게 포로로 잡혀 총살당하며, 막내딸은 지붕 위에서 북을 치다가 빨치산의 총에 맞아 명을 달리한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