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생활공간의 문화인류학

소개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공간인 지하철, 커피숍, 길거리를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새로이 조망해본다.

목차

지하철 : 여유와 긴장이 교차하는 공간
커피숍 : 자아와 비자아를 비추는 거울
길거리 : 문화 유전자의 고밀도 집적 회로

본문내용

지하철 : 여유와 긴장이 교차하는 공간

지하철은 시시각각 여유와 긴장이 교차한다. 출퇴근하는 회사원과 대학생이 몰리는 평일 오전 7시에서 9시 사이, 오후 5시에서 8시 사이에 지하철은 그야말로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지하철 문이 열리고 환승을 하거나 역을 빠져나가기 위해 열차에서 내리려고 하면 뒤에서 사람들을 밀치며 빠져나가는 아주머니, 아저씨들도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2호선과 3호선, 분당선, 중앙선 등은 1분 1초라도 먼저 가려는 ‘바쁜 몸들’로 여유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
사람이 적은 시간대에 지하철을 타면 출퇴근 시간대의 사람들과 달리 여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그 긴 시간동안 사람들은 말 한 마디도 주고받지 않는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모르는 사람과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했을 때와는 대조적인 분위기이다. 외국에 나가면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한국인을 보면 반가워하며 인사를 나누는 것을 생각하면, 모두 한국인인데 그 기나긴 시간동안 말 한 마디도 나누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해 보인다.
한국의 지하철 풍경은 외국과 다른 점이 있다. 지난 2월, 한 미국인에게 미국의 지하철도 한국의 지하철처럼 붐비는지 물은 적이 있다. 그는 미국에서는 한국에서처럼 지하철이 만원일 때 억지로 끼어서 타지(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지하철 문의 위쪽을 잡고 사람들을 밀며 타는 사람도 있다.) 않으며, 사람 간의 거리가 다소 떨어져 있다고 했다.(미국에서는 지하철이 그렇게 붐비는 경우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즉,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인류학자인 E. Hall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사회적 공간을 대상과의 사회적 관계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하였는데, 그 중 공적인 구역을 3.6m 이상이라고 하였다. 또한 그는 다른 사람이 이 공간을 침해하면 불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지하철이 만원인데도 억지로 탑승하는 모습은 길을 가다가 모르는 사람과 부딪혔을 때 상대방이 사과를 하지 않으면 불쾌감을 느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지하철에 빈자리가 몇 보이고 탑승을 기다리는 줄이 길면 이때부터 자리에 앉기 위한 눈치작전이 펼쳐진다. 줄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빈 좌석이 많은 열차 칸에 줄을 선다거나 문이 열리는 순간 사람들이 채 내리기도 전에 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자리에 앉으면 그제서야 입가에 미소를 띤다. 심지어 새치기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자리에 앉고 싶은데 앉지 못했다면 사람들의 표정이나 자세를 살피면 곧 자리를 떠날 사람을 알 수 있다. 책을 본다거나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은 한참 후에나 자리에서 일어날 사람들이다. 책을 보거나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다가 급하게 정리를 하면 그 사람은 이번 역에 반드시 하차한다. 혼자 골똘히 생각을 하거나 멍하니 어느 곳을 바라보다가 하차 역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왔을 때 갑자기 밖을 바라보며 주위를 살핀다면 그 사람 역시 곧 하차할 사람이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