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이광수의 무정을 읽고

소개

이광수의 무정에서 영채가 강간당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시대사적 관점과 결부시켜 두가지로 밝혀놓았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내가 이광수의 『무정』을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를 다닐 때였는데 그때 당시에는 소설에서 짙게 나타나는 근대성이나 계몽주의, 민족주의적인 냄새를 거의 맡을 수 없었다. 그것보다도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삼각관계의 사랑놀음에 관해서였다.
몇 년 후, 다시 읽어보게 된 『무정』은 솔직히 아직까지도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지만 내 자신만 생각하고 살았던 나에게 ‘우리’라는 개념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여기서 등장하는 ‘박영채’라는 인물은 어릴 적에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으나 옥에 갇힌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기생이 되고, 어릴 적 언약을 맺은 형식을 생각하며 정절을 지키지만 결국 깨어져버리자 자살을 결심하고 가는 길에 병욱을 만나 전근대적 사고를 버리고 새로운 여성으로 다시 태어나는 인물이다.
형식, 영채와 선형의 삼각관계에서도 뚜렷이 드러나듯이 형식을 사이에 두고 영채와 선형은 서로 대립되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선형은 장안의 재산가이자 개화주의자인 김장로의 딸로 정신여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미모의 처녀이며, 영채는 시대를 앞선 계몽주의자였고 어린 형식의 은인이었던 박진사의 딸로 주위에서 모두들 형식의 아내가 되리라고 생각했으나 감옥에 갇힌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지금은 기생이 되어버린 처지다.

소설의 전반부부터 불쌍하고 가여운 존재로 그려지는 영채가 강간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좀 더 다양한 시점에서 살펴보자.
첫 번째는, 영채가 전통적이고 봉건적 윤리를 대변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타파하고 버려야된다는 측면에서 살펴 볼 수 있다. 이 맥락에서 이해한다면 영채와 선형이 비슷한 가정환경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영채는 갑자기 가족을 잃고 떠돌아다니며 많은 고생을 하는 것도 봉건적 윤리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형식은 영채와 선형사이에서 번민하고 갈등하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그 갈등의 왼편에는 어릴 적부터 언약한 영채와의 의무가 존재하고, 오른편에서는 신여성인 선형이 있다. 즉 갈등은 윤리적 당위와 현실적 욕망사이에 있다고 본다. 이런 당위와 욕망 사이에서 고민하는 형식의 갈등은 해결되거나 더 나아가지 않고 그대로 고민으로만 머물러있다. 형식이 두 여자 중에서 자신의 의지로 한 사람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영채가 강간당하고 자살을 결심하고 평양으로 떠나버린 사건으로 인해 형식의 갈등을 유발했던 요인은 감정적으로, 실제적으로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게 되어 자연히 갈등이 해소되어 버린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