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정미경-밤이여,나뉘어라 감상

소개

2006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정미경의 <밤이여,나뉘어라>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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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나’가 P를 만나기 위해 빛과 어둠을 경계 지을 수 없는, 차갑고 딱딱한 북구로 간 것은 P를 잃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나’가 P를 찾아간 것은 갈채와 영광 속에 조금은 오만해진 ‘작가주의 영화감독’을 P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지, 알코올 중독자가 된 천재 P의 몰락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비록 P에게 정오의 공작처럼 보이고 싶은 순간이 주목과 호평 속에 들떠있던 화려한 기분을 금세 깨어나게 하는 순간으로 탈바꿈할지라도 말이다.
정미경의 <밤이여, 나뉘어라>는 환자의 몸에 메스를 들이대는 대신 영혼의 내부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쪽을 선택한 영화감독 ‘나’가 고교시절에 이미 ‘걸어 다니는 신화’였고 미국에서 이름을 떨친 외과의 타이틀을 버리고 별안간 북구로 떠나버린 동창 P를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늘 뒤에서 숨이 찼고, 보이나 잡을 수 없었던 ‘나’의 인생의 내비게이션이었던 P에게 ‘나’는 결코 라이벌이 될 수 없었다. 그런 P가 황량하면서 또 지독하게 아름다운 북구에서 이곳의 풍경만큼이나 낯설고 환상적인 프로젝트 ‘러브피아’를 연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랑의 비극적 원인이 사랑의 비동시성이라는 근거를 토대로 기억과 욕망을 억제하는 P의 신약은 ‘나’에게 언제나 그랬듯이 박탈감과 매혹을 동시에 안겨주는 이야기다. P에겐 불가능이란 없었기에, 그는 신의 특별한 은총을 받는 자이자 그 은총이 당연해보이도록 하는 재능까지 함께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P는 대학시절 가장 아름다운 문장으로 쓰인 의학논문을 발표했고, 그 오만이 눈부셨으며 그 오만함이 끝내는 ‘나’를 비참하게 했다. 또한 삶이 왜 끝내 아름다운 것인가를 허망하고 불온한 그릇에 담아 그려낸 예술이자 인간이 가진 짐승의 속성을 슬프고도 아름답게 표현한 고교시절 P의 ‘명랑포르노’는 그것을 뛰어넘고 싶었던 욕망의 자식들인 ‘나’의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계기였다. 그러나 ‘나’의 필름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던 P가 “무언가를 굳이 말하려 하지 말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을 그려서 그 무언가를 떠오르게 해봐. (중략) 친절한 건 뻔하고, 뻔 한 건 지루한 거야”라고 말함으로써, 또 다시 ‘나’를 깨어나게 한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