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무진기행 - 김승옥 감상문

소개

`무진기행 - 김승옥`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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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본문내용

무진은 명산물이라고 딱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굳이 말하자면 안개가 무진을 대표하는 명산물이 되는데, 희뿌연 그 안개는 그곳을 꿈꾸는 듯한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다. 이런 안개는 몽롱한 분위기를 만들고 그 속에서만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세계와 만나게 된다.
주인공 윤희중은 서울에서 실패로 도망해야 할 때나, 무언가 새로운 출발이 필요할 때마다 무진으로 내려온다. 6·25 사변 때 어머니에 의해 골방에 처박혀져 스스로를 모멸하고 오욕을 웃으며 견뎌야 했던 시절, 동거하던 여자가 달아나 버리고 어머니도 돌아가신 후, 폐병을 안고 한 바닷가 골방에 틀어박혀 `쓸쓸하다`라는 단어가 담긴 편지들을 사방으로 띄웠던 시절에도 그는 무진에 있었다. 그리고 이번엔 전무가 되어 바빠지기 전에 무진에 가서 쉬었다 오라는 아내의 권유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무진 행 버스를 탄다. 항상 그의 무진기행은 힘차거나 두근거리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초조함과 암담함이 느껴졌다.
그는 무진으로 가서 뭔가 새로운 다짐을 하거나 깨달음을 얻어 힘차게 일어서거나 하지 않는다. 마냥 골방에 틀어박혀 있거나 아님 고통스러운 과거를 다시 만나기도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다녀올 뿐이다.
이런 무진기행을 그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자꾸만 다녀오는 것은 주변의 강요나 권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무진에서, 무진의 희뿌연 안개 속에서 자신의 내면세계를 만나고 진정한 자아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자아를 찾아가는데 있어서 무진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큰 역할을 한다. 그들은 윤희중의 내면속의 한 부분들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출세에 집착하고 현실관계에 민감한 ‘조’는 윤희중의 서울에서의 모습이다. 편안과 안락과 출세를 생각하는 속물이라는 면에서 둘은 닮은점이 있다. 얌전하고 순박한 ‘박’은 윤희중의 순수했던 학창시절의 모습을 닮았다. 또는 현재의 속물적인 모습에 대해서 반성하는 양심일 될 것이다.

참고자료

· <<무진기행>>, 김승옥,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