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존 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를 읽고

소개

존 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를 읽고 쓴 독서감상문입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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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한 편의소설을 읽고 나서 보니 밑줄 친 대목이 많더라는 사실은 무엇을 뜻할까. 기실 밑줄 긋는 일은 책을 빨리 읽어 치우려는 욕심을 여러 차원에서 방해한다. 읽고 나서 동감하거나 의미 있는 대목이라 생각해 표시를 남겨 두는 것은 좋으나, 막 읽은 부분을 다시 보며 밑줄을 그어야 하니 책을 완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또한 밑줄은 음표로 따지자면 되돌이표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다 읽고 나서 밑줄 친 부분을 다시 읽어 본다. 숲을 본 상태에서 나무를 보는 격이므로, 작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이때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으나 다른 책으로 진도를 나갈 수 없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대개 소설에 밑줄을 칠 때는 정작 말로는 뱉어 내지 못한 구절을 만났을 경우가 많다. 그리고 뛰어난 비유가 쓰였을 때도 감탄사를 남발하며 줄을 긋게 마련이다. 두 경우 다 작가가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정의에 충실했을 때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나 한 권의 소설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밑줄을 치는 것도 어느 정도이다. 작가도 사람인 이상 늘 읽는 사람을 사로잡는 언어의 마술을 펼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래도 넓은 의미의 인문서보다는 밑줄 칠 만한 대목이 적을 수밖에 없다.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소설이라길래 집어 든 존 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를 다 읽고 보니, 밑줄을 치거나 표시를 남겨 놓은 곳이 너무 많았다. 책 읽기를 직업으로 삼고 있지만 이런 경험은 흔치 않았다. 다른 말이지만, 숱하게 많은 동그라미를 쳐본 적은 있다. 이문구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말의 지뢰밭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잘 모르는 토박이말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 많은 낱말의 뜻을 헤아리며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해, 문맥을 통해 뜻을 지레짐작하고 나중에서야 사전을 뒤적이곤 했다. 동그라미를 친 낱말들이 사전을 찾아보아야 할 대상이었다. 본디의 주제로 돌아와서, 소설인데도 밑줄을 많이 쳤다면, 최소한 그것이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작품이라는 뜻이다. 이야기의 얼개만 따라가면 내용을 이해할 정도의 작품은 이미 아니라는 말이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