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비평]박민규의 카스테라-농담 속 칼날

소개

박민규의 소설 `카스테라` 중 <아, 하세요 펠리칸>을 읽고 쓴 문학비평입니다. 깊이 있는 독서감상문으로도 활용가능하며, 표지 없이 2 페이지 분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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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전문대 관광경영과를 졸업했고, 영어회화도 중급 이상이며 토익도 이따금 900점을 넘었던 화자는 졸업 후 일흔세 곳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끝내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사회가 더 이상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는 고장 난 기계 때문에 머리를 못 내미는 두더지의 기분으로 자본주의를 냉소한다. 그러나 처음에는 “아무튼 이 나라는 고장이다.”라고 읊조리던 화자도 점차 자신만의 도피처인 연천유원지 안에서 나름의 성장을 이루어 나가게 된다. 그에게 유원지는 사회의 힘겨운 현실로부터 잠시 도망칠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에서 32km 떨어진 신도시 변두리의 그저 그런 유원지. 상상과 현실의 부조화를 나타내는 32km의 거리는 이곳이 현실 세계의 하수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러나 작가는 처절한 현실의 비극적인 면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소설은 탈 자본의 성장기로 발전해나간다. 그는 이 세상의 모든 마이너 계급에게 이제 그만 소속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외된 사람들 사이를 흐르는 ‘저렴한 심야전기’는 그들 사이에 연대감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중산층 지향적인 욕망을 버리고 스스로 다른 마이너들과의 결합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소설은 이제 자본주의를 따지는 차원에서 벗어나게 된다. 사실 어찌 보면 불합리한 사회와 끊임없이 투쟁하는 것만이 진정한 삶의 목적은 아닐 수도 있다. 잘 사는 것도 나 자신의 힘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작품 속의 오리배 세계시민연합 회원들은 현실 속에서는 소위 ‘보트 피플’이라고 일컬어질 만한 사람들이다. 월남의 패망을 전후하여 해로를 통해 탈출한 베트남의 난민들처럼, 그야말로 어디에도 속할 곳이 없는 비극적인 신세인 셈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오리배 세계시민연합은 전 세계 하위계급의 연대망으로 새롭게 의미화 된다. 그들은 비극적인 사회 현실이나 권력에 무기력하게 흡수당하는 대신 소외계급으로서의 정체성을 획득한다. 소외된 계층을 돌아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80년대 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 마이너들의 연대는 그들의 숨통을 트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된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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