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소개

개미... 온통 개미란 단어 투성이다. 일개미, 병정개미, 여왕개미, 불개미, 검정개미, 빨강개미, 흰개미... 괜히 개미에게 물리기라도 한 듯 한동안 몸이 따끔거렸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대하소설에 길들여져서 첫 장부터 긴장을 했다. 인물들이 많이 등장할까봐... 심지어는 관계도까지 그리기 시작했는데 책장을 넘겨가면서 우스운 행동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 많은 사람들이 나오진 않았으니 말이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얼기설기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대하소설을 생각하며 지레 겁을 먹었던 거다. 속웃음을 웃으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갔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니 생각만큼 속도가 붙지 않았다. 첫 권을 읽는데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했다. 하지만 권수를 더해가면서 눈에 띄게 속도가 붙었다. 소설의 재미와 더불어 글자들에 대한 적응이 생겼다고나 할까...
개미... 온통 개미란 단어 투성이다. 일개미, 병정개미, 여왕개미, 불개미, 검정개미, 빨강개미, 흰개미... 괜히 개미에게 물리기라도 한 듯 한동안 몸이 따끔거렸다. 개미 하니까 초등학교 시절 잠자리를 엄청나게 잡았던 기억이 난다. 내 손에서 죽어나간 수많은 잠자리들... 그땐 아무 생각 없이 잠자리를 잡아서 꼬리도 떼고 날개도 떼고 했었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우리 또래들에겐 일종의 놀이였다. 그저 놀이였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생명을 죽인다는 개념이 없었기에 죄의식 또한 없었다. 곤충은 사람이 아니니까... 아파도 아프다고 소리지르지 않으니까 별 생각이 없이 그랬던 것도 같다. 여하튼. 정말 많은 잠자리들을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었다. 그 때가 초등학교 4학년 땐가... 5학년 땐가 그렇다. 후에 그 사실을 알게 되신 어머닌 호되게 야단을 치셨다. 난 그제야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그 후론 잠자리를 잡지 않았다. 올해. 참 오랜만에 잠자리를 잡았다. 교회 동생들이 잡아달라고 해서. 그리 내키진 않는 일이었지만 두 마리를 잡아 줬다. 정말 오랫동안 잡지 않았었는데도 여전히 그 때의 기술들이 발휘되는 걸보고 좀 어이가 없는 웃음을 흘렸다.
내가 알지 못하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접하는 기분은 언제나 새롭고 흥미롭다. 내가 싫어하는 벌레들. 그저 잡아 죽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녀석들의 삶이.. 이렇게 묘한 감정으로 다가올 줄 몰랐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