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소설처럼-다니엘 페나크

소개

소설 `소설처럼`에 대한 독서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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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지금에야, 나도 책 읽는 맛을 알아서 고명하건 저명하건 느낌이 있는 책이면 심심찮게 서가를 뒤적이곤 하지만 책에 길들여지기 전의 내 모습은 꽤 심드렁한 편이었다. 아주 읽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지기 위해 억지로 읽는 것이 전부로, 나 자신의 흥미와 애정이 깃든 독서는 아니었다. 수많은 책들 중에 구미를 당기는 책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그 종류며 수가 적어서, 독서 편식도 심한 편이었다. 지금에야, 카타공인으로 잡학도사로 인정을 받았을 만큼 악서 명저 할 것 없이 다대한 영역에 손을 뻗치고는 있지만(그래서 상당히 문제가 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그런 지금의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았을 만큼 손 가는 대로만 찾던 아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동생과는 달리 그렇게 독서 편식이 심한 나에 대해서, 부모님께서는 강압적인 태도는 보이지 않으셨다. 오히려 동생이 좋아하는 분야와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서로 다르게 장려하셨고, 책을 구입할 때에도 공평하게 구입해 주셨다. 내가 ‘작은 아씨들’이라는 동화책을 사고 싶다고 말했을 때, 부모님께서는 동생에게 ‘시튼 동물기’를 함께 사주셨고, 동생이 ‘자연과학전집’을 사달라고 말했을 때, 나에게 ‘계몽사 아동세계의 명작’을 함께 사주셨다. 서로 관심분야에 작은 머리로 골몰할 때에는 한 번도 책을 바꿔 보라거나 독서 편식을 하지 말라거나 하고 퉁박을 주지 않으셨다. 그래서 나는 있는 힘껏 치우쳐 있는 편식적인 독서 성향에도 불구하고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나만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 부모님께서 나에게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강요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내가 텍스트라는 미세적 개체들의 집합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친숙함을 느끼게 되었지 않았나 한다. 확실히, 그때 얻었던 스키마를 본바탕으로 하여 나는 커가면서 원 스키마를 이해하기 위해 동원되어야 할 부수적인 또 다른 스키마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스키마가 집약되어 있는 다른 분야의 책들을 스스로 찾아다니기 시작하면서 독서 편식증을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일 내가 지나친 강압으로 인해 텍스트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어 버렸다면, 나는 그런 즐거움을 알아가기 이전에 이미 책을 기피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인정하건대, 내가 독서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그때 독서의 편식을 논하기 전에 이루어져야 했던 문자와 언어 체계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먼저 이루어진 탓이다. 돌려 말할 것 없이 직설하자면 먼저 내가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