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

소개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를 읽고 진정한 비극적 인물. 즉, 상복이 어울리는 사람은 라비니아(엘렉트라)가 아닌 오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극 중 다른 중심인물들은 자살이나 죽임을 당하거나 단절하는 단순한 끝을 가지고 있지만 오린은 자신만의 섬이 어머니였음을 고백하며 끝을 낸다. 그러나 이 섬은 이룰 수 없는 이상향이다. 성취할 수 없음을 알게된 오린은 다른 어느 인물보다 더 비극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 책을 사러 가는 길. 그 시간,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곧 만나게 될 ‘엘렉트라’라는 인물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다. 제목 이외에 어떤 것도 책에 관해 접해보지 못했지만 엘렉트라의 삶은 결코 평범하고 유쾌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었다. 제목이 엘렉트라는 그러한 인물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얼마나 비극적인 삶이였기에 상복이 어울린다는 것일까? 책을 구하기도 전에 나는 엘렉트라라는 인물에게 너무나 큰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2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한 자리에서 푹 빠져 읽고 나서 나는 혼란스러움을 감출 길이 없었다. 간통, 살해, 근친상간... 그 이름만 들어도 소름끼치도록 암울한 요소들이 모두 들어가 있었다. 사실 이러한 노골적인 비도덕적인 인간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은 처음이여서 썩 좋지 않은 기분을 지닌 채 한동안은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족 사이에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하는 생각 뿐 이였다. 그러나 나오는 인물들과 그들의 행동, 저지른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니 처음의 말도 안된다는 생각에서 조금 벗어나 이 작품의 주인공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오닐은 영원한 인간 비극의 내용을 쓰고자했고 그것의 원형인 아이스킬로스의 3부작 「오레스테이아」를 본보기로 삼고, 그 양식을 의도적으로 따랐다고 했다. 그로인해 이 두 작품의 중심 인물들은 거의 비슷했다. 이 극의 제목에 나오는 엘렉트라는 사실 오레스테이아의 중심 인물이고 오닐의 작품에서는 라비니아이다.
즉, 그가 말한 상복이 어울리는 이는 라비니아이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상복이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은 오린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이나 스스로 죽는 사람들이나 모든 것과 단절하고 숨어버리는 사람들의 마지막에 대해 나는 당연한 결과, 또는 어리석은 도피라는 단순한 생각만 했다. 하지만 오린의 마지막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오린은 그가 꿈꾸는 ‘모든 것이 따뜻하고 평화롭고 안전한’섬은 어머니였다고 고백했다.

참고자료

· 느릅나무 아래의 욕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