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베토벤의 머리카락

소개

베토벤의 머리카락이라는 책을 읽고 쓴 독후감입니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책의 후반부에는 과학잡지를 읽는 듯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머리카락을 분석하는 과정이 그려지고 난 후 그 결과에 대한 해석이 나오는데, 그렇게 고통에 시달렸으면서도 가능한 한 맑은 정신으로 작곡하기 위해 진정제를 쓰지 않는 베토벤의 행동에서 역경을 대하는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다 읽은 날 밤에 갑자기 체해서 밤새 수차례 토하고, 똑바로 눕지도 못하고 웅크리고 누워 끙끙거리다가 아침에 병원 문을 열 시간만을 기다려 내과에 가서 진찰을 받았다. 그렇게 체하기만 해도 너무나 괴로워 아프지 않았던 평범한 나날들이 얼마나 소중한 날이었던가 깨닫게 되는데 베토벤의 고통은 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을 텐데 참으로 놀라운 인간 승리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과 절망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로 인해 독창성을 확대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베토벤은 역경이 감정의 심연까지 헤아릴 수 있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머리카락을 통한 분석 결과 베토벤에게서 유전적으로 비범한 천재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베토벤이 오늘날 우리에게 이토록 위대한 음악가로 추앙받고 주옥같은 음악을 남긴 것이 천재여서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고통의 힘이었다고 생각하니, 작은 고통과 걸림돌에도 불평하며 힘들어했던 내 모습이 반성이 되었다.
고기잡이배가 물고기를 수송할 때 그냥 편안하게 물에 넣어놓으면 며칠 있다 비실거리며 죽어버리는데 그들을 못살게 괴롭히는 큼직한 문어를 넣어놓으면 수송이 끝날 때까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고 한다. 인생에서 필수적인 요소인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베토벤의 삶이 머리카락이라는 소재를 통해 밝혀진 이 책은 재미 외에도 인간 베토벤을 다시 보는 기회와 내 생활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주었다. 예술만이 자신을 지탱해주었으며 내 안의 모든 것을 산출해 내기 전까지 이 세상을 떠날 수 없을 것 같다며 수많은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옹골차게 살아내려 했던 베토벤의 삶이 책 뒷표지를 덮을 즈음에 내 마음을 감동으로 물들게 하였다.
베토벤이 오랜 세월동안 불멸의 음악가로 추앙받는 이유가 천재성 때문인가 아니면 그의 인간적인 모습 때문인가 사람들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평범한 사람이 따라가지 못할 비범함과 범상치 않음 보다는 고통을 힘들게 이겨내고 때로는 증오하기도 했던 그런 인간적인 면이 그를 더욱 위대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을 제시할 수 없을 것이다. 색다른 소재를 통해 베토벤을 깊게 이해하게 해 준 이 책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참고자료

· 베토벤이 머리카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