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시인 이문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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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김병연의 이론과 행동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의 민중시가 지니는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그는 한편으로는 기존 체제를 비판하고 민초들의 한을 대변한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시를 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실제로는 그들을 착취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다섯째, 화자는 민중시의 질적인 저하를 지적한다. 기존 체제에 대한 조롱이나 야유에 흐르고 무분별한 대중성에 지나칠 만큼 깊이 함몰되다 보니 김병연의 시는 어쩔 수 없이 질적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시인』은 작가 특유의 실존주의적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다. 『시인』에 나타나 있는 실존주의적 세계관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 측면은 주인공 김병연이 영위하는 소외와 가치 박탈의 삶 자체와 연관되어 있고, 두 번째 측면은 그가 쓴 시작품과 관련되어 있다. 사실 이 두 가지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엄격히 구별되지 않고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선 인간 실존의 비극적 상황은 주인공이 겪는 <신산스런 삶>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폐문의 잔인으로서 그가 걸어 온 삶의 궤적은 비극적 인간 실존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기에 충분하다. 『시인』은 이문열 문학의 전성기를 장식하는 맨 마지막 작품이다. 이 작품은 『사람의 아들』에서 시작하여 거의 모든 작품에 걸쳐 작가가 비교적 일관되게 관심을 가져 온 대부분의 문제들을 취급한다. 우선 작가는 이 소설에서 자신의 가족사와 관련된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특히 주인공이 겪는 가치 박탈 체험과 소외는 작가 자신의 그것이 투사된 것이라고 하여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더욱이 작가는 이 작품에서 예술가와 관련된 문제, 그리고 예술의 본질과 기능을 진지하게 탐색한다. 그뿐 아니라 이 작품에서는 작가 특유의 실존주의적 세계관이 잘 형상화되어 있기도 하다. 이러한 모든 주제가 그 정점에 달하는 작품이 바로 『시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소설은 이문열 문학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안 될 아주 중요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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