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마르케스의 눈 속에 흘린 당신 피의 흔적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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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이 소설은 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제목에서 언급된 ‘피’라는 상징적인 단어가 우선 나를 끌어당겼고, 작품이 술술 잘 읽힌다는 점 역시 그러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 소설의 작가인 마르케스는 작품의 세계로 독자를 편안하게 인도해주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낸 것이다. 일부러 문장이나 내용적 의미를 어렵게 써서 그 불편함 가운데 문학성을 펼쳐 보이기보다는 한걸음씩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나아가는 것이 이 소설의 여유 있는 발걸음이라 여겨졌다.

이 작품의 ‘네나 다콘테’라는 갓 결혼한 여자주인공은 남편인 ‘빌리 산체스’와 함께 신혼여행을 떠나던 중 장미가시에 찔려 계속 손가락에서 피를 흘리게 된다. 그녀는 이 상처를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에 나오는 해리처럼 처음엔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결국 이 상처로 인해 죽는다.
네나 다콘테는 사개국어를 유창하게 잘 구사할 수 있고, 관능적인 포즈로 색소폰 불기를 즐기는 명문가의 자제이다. 그러나 해수욕장의 탈의실에서 만난 다정한 건달인 지금의 남편 빌리 산체스를 만나고부터 그녀의 색소폰에 대한 열정은 사랑으로 곧 옮아간다. 네나 다콘테는 빌리 산체스와 함께 날건달적인 면에서 벗어나 바람직한 방법으로 사랑하는 법을 터득하기에 이르고 이것은 바로 결혼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신혼여행을 떠나는 마차 안에서 그녀는 사소한 손가락의 상처로 인해 계속 피를 흘리다가 급기야 프랑스의 한 병원 응급실에 입원하게 된다. 빌리 산체스는 아내의 면회가 허락되는 요일인 화요일만 손꼽아 기다리지만 번번이 아내를 못 만나고 거리에서 방황한다. 그가 아내의 소식을 들었을 땐 벌써 아내가 심한 출혈로 숨을 거두고 화장된 채 가족묘지에 안장된 후이다. 이 엄청난 불행에 대하여 그는 10년 만에 처음 내리는 눈에도 무감각한 인간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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