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오노레 드 발자크의 「그랑드 브러테슈」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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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의 소설을 제일 처음 대했던 것이 중학교 1학년 때였던가. 그 때 어린 내가 읽었던 그의 장편이 『골짜기의 백합』이라는 소설이었다.
그동안 내가 시간의 물살을 너무 거칠게 타고 살아왔던 탓일까. 발자크의 문장이나 소설의 스토리가 지금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쩌면 내 기억이 타이어처럼 닳고 닳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단 하나 떠올려보자면 골짜기의 백합이라는 상징은 주인공이 어느 골짜기에서 바라본 사랑하는 여인의 하얀 드레스를 나타낸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여중생이었던 내가 했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말해 그때 내가 읽었던 소설이나 이번에 읽게 된 「그랑드 브러테슈」나 사랑을 다룬 건 마찬가지란 거다. 『골짜기의 백합』이 숭고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다룬 것이라 가정한다면(지금 남아있는 내 느낌은 그렇다.) 이 소설은 섬찟하면서도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질투와 분노, 위선과 두려움을 내용이 전개됨에 따라 선명하게 잘 드러내고 있다.
소설의 제목인 그랑드 브러테슈는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는 한 저택의 이름이다. 소설 속에서 직접 말을 따오자면 낡은 갈색의 저택으로써 너무나도 완벽하게 고립되어 그 부근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수수께끼’같다고 할 만한 그런 곳이다. 수수께끼로 둘러싸인 저택의 비밀을 하나씩 벗겨냄으로 인해 이 소설의 이야기도 갈수록 긴장감이 돌고 흥미진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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