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모든 계절이 유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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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 한 책이 건네는 위로에 이끌리다
나는 평소 독립출판물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다. 대형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이 더 믿음직하다고 생각했고, 독립출판은 뭔가 아마추어적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서점에서 우연히 안리타 작가의 책들을 발견했다. 한쪽 책장이 그의 책으로 가득했는데, 다른 책들과 달리 표지가 굉장히 심플했다. 화려한 색감이나 복잡한 디자인 대신 단색의 깔끔한 표지에 제목만 적혀 있었다. 오히려 그 소박함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모든 계절이 유서였다'라는 제목이 유난히 강렬했다. 모든 계절이 유서라니, 이게 무슨 뜻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봄에는 희망을, 여름에는 열정을, 가을에는 성숙을, 겨울에는 고요를 이야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계절을 유서라고 표현하다니 독특했다. 유서는 죽음 앞에서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이 아닌가. 계절과 유서를 연결한다는 것은 삶과 죽음, 시작과 끝에 대한 깊은 사유가 담겨 있을 것 같았다. 책을 집어 들어보니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크기였다. 112x175mm라는 미니북 사이즈에 160쪽이라는 얇은 두께가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부담 없이 가방에 넣고 다니며 언제든 꺼내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요즘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철학서가 아니라 이런 작은 위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깐의 휴식을 주는 글 말이다. 뒷표지를 보니 작가는 '모든 순간을 기록한다'는 신조로 2017년부터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이미 10권이 넘는 책을 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독립출판계에서는 꽤 알려진 작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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