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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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눈을 감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문장은 뜻밖에도 아주 짧은 물음이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오래된 질문인데도 내 일상으로 밀고 들어와 오늘의 습관과 표정을 새로 보게 만들었다. 거울 앞에서 머리를 정리하던 아침, 휴대전화 화면에 켜지는 알림들, 엘리베이터에서 스치듯 마주친 이웃의 눈빛 같은 자잘한 순간들이 전부 그 질문에 연결돼 있었다. 나는 일을 하고, 관계를 맺고, 취향을 챙기며 살아가지만 그 모든 역할과 표식이 걷히면 무엇이 남는지 스스로 묻고 또 물었다.

책은 거대한 우주의 질서와 미시적인 마음의 움직임을 나란히 놓고 나를 새로 짚어 보도록 이끈다. 하루의 기분을 흔드는 작은 사건 하나도 더 큰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관점을 만났을 때, 나는 내 반응과 감정을 새로운 빛 아래서 바라보게 되었다. 예를 들어 길에서 마주친 낯선 불친절이 온종일 기분을 망치는 날이 있다. 예전의 나는 그때그때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버티는 일에만 급했다. 그런데 우주의 원리라는 넓은 무대를 떠올리면, 그 순간의 거친 물결은 바다 전체에서 보면 아주 잠깐 일어나는 잔물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 생각 하나가 숨을 길게 고르게 하고, 내 안에서 커지던 과장된 판단을 가라앉힌다.

나는 나라고 부르는 것을 오래 고정된 실체로 착각해 왔다. 학교에서 받은 평가, 가족이 붙여 준 이미지, 친구나 지인이 건넨 말들이 시간이 지나도 표지처럼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책은 이런 딱지들을 잠시 내려놓고 흐름으로서의 나를 보라고 말하는 듯했다. 날숨과 들숨이 이어지는 호흡, 날마다 달라지는 몸의 감각, 기억이 엮어 내는 이야기, 타인과의 만남이 남기는 흔적이 모여 그날의 내가 만들어진다고 나는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니 나란 고체가 아니라 순간마다 재조합되는 유기적인 패턴에 가깝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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