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침과 배움의 영성 독후감

목차

없음

본문내용

파커 팔머의 책은 내가 공부라는 일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바닥부터 되묻는 체험을 안겨 준다. 시작부터 마음을 잡아끄는 지점은 오늘의 교육 위기를 지식에 대한 태도에서 찾는 문제 제기다. 앎을 힘으로 삼아 상대를 누르고 결과만 따내려는 습관이 교실과 강단의 공기를 어떻게 메마르게 하는지에 대한 묘사는 낯설지 않다. 나 또한 성적과 속도에 쫓기던 때에는 공부가 삶을 확장하기보다 오히려 시야를 좁히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팔머는 그 흐름을 바꾸려면 앎의 근원을 사랑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랑이란 말이 교육 담론에서 흔히 들리지는 않지만, 그는 그 단어를 가볍게 쓰지 않는다. 사랑을 달콤한 감정으로 포장하지 않고, 타자를 있는 그대로 맞아들이려는 의지이자 세계 앞에서의 정직한 태도로 이해한다. 그가 펼치는 생각의 핵심은 알게 되면 소유하게 된다는 습관을 내려놓고, 알게 되면 함께 살게 된다는 약속으로 나아가자는 제안이다.

책은 앎의 과정에서 빠지기 쉬운 두 유혹을 짚는다. 하나는 지배 의지다. 뭔가를 안다는 말이 통제권의 확득으로 곧장 연결되는 순간이 많다. 실험실의 대상이든 교실의 학생이든, 이해했다는 말 뒤에 곧바로 길들이려는 행동이 따라붙는다. 다른 하나는 호기심을 자극만으로 소비하는 방식이다.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급한 손놀림이 관계를 허물기도 한다. 질문은 많아지는데, 질문이 만든 흔적을 돌보지 않는다. 이 두 경향이 합쳐지면 상대는 연구 재료로만 남고, 세계는 사용 설명서로 축소된다. 팔머는 이런 흐름을 되돌리는 열쇠가 영성의 회복이라고 말한다. 그는 영성을 종교 활동의 한 귀퉁이에 가두지 않고, 앎과 가르침과 배움 전체를 가로지르는 삶의 태도로 제시한다.

영성이라는 말이 추상으로 들릴 수 있기에, 그는 아주 구체적인 훈련을 끌어온다. 오래된 수도 전통에서 길어 올린 침묵과 주의 깊음, 고백과 공동체의 규율 같은 요소가 그것이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