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신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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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덮고 나면 마음속에서 이상한 고요와 작은 소란이 함께 일어난다. 고요는 세계를 합리적으로 바라보려는 태도에서 오고, 소란은 익숙한 믿음의 틀을 흔드는 주장에서 온다. 도킨스가 말하는 핵심은 초월적 설계자가 없어도 우주와 생명이 설명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그 주장을 따라가며 내가 살아온 방식, 내가 품어온 두려움과 바람, 내가 사랑해 온 사람들과의 관계를 새로 정리하게 된다. 책은 공격적이거나 냉소적으로 흐르려는 순간에도 과학자의 언어로 돌아와서 검증 가능한 근거, 체계적인 추론, 반례에 대한 점검으로 무게를 잡는다. 덕분에 감정의 온도가 과열되지 않으면서도 논점의 열은 유지된다.

도킨스가 특히 힘을 주는 대목은 복잡한 것의 기원을 묻는 자리이다. 복잡한 세계가 존재하니 더 복잡한 설계자가 있어야 한다는 발상은 매끄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설명의 부담을 더 키운다. 설명해야 할 대상을 더 거대한 미지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도킨스는 누적적 선택의 아이디어를 다시 꺼내어 한 걸음씩 올라서는 과정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다. 무작위 변이가 작은 차이를 만들고, 환경이 그 차이를 고르고, 선택된 차이가 시간이 흘러 겹겹이 쌓이면 놀라운 구조가 나온다. 눈의 진화를 예로 들면 미세한 광감지 능력이 방향 감지로, 흐릿한 상이 윤곽으로, 그리고 또렷한 초점으로 다가가는 과정이 충분한 시간과 개체수 위에서 발생한다. 복잡성은 한 번에 뚝 떨어지지 않고, 단계가 이어지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다. 나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온 지점은 바로 그 현실적인 경로의 묘사였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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