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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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닫은 뒤에도 마음이 오래 진동하는 책이 있다. 백세희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내게 남긴 흔적이 바로 그런 진동이다. 제목에서 이미 마음의 모순이 드러난다. 끝내고 싶을 만큼 괴로운데도 떡볶이라는 소소한 기쁨을 떠올릴 여지가 남아 있다. 생을 붙드는 끈이 거창한 목표나 위대한 사명 같은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따뜻한 한 끼, 길을 걷다 우연히 맞는 햇빛, 친구에게서 오는 짧은 메시지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제목만으로도 느끼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스스로의 하루를 더 천천히 들여다보게 되었고, 마음의 바닥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더듬는 일의 필요성을 배웠다.

책은 12주 동안 이어진 정신과 상담 기록을 토대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기분부전장애와 불안으로 고통을 겪었다고 밝힌다. 우울이 깊게 꺼졌다가 갑자기 튀어 오르는 대조적인 기복이 아니라, 낮지만 끈질기게 이어지는 흐릿한 회색 같은 상태가 계속된다고 말한다. 그 회색은 때로는 일어나 씻고 출근 준비를 하고 약속 장소에 가는 일상 기능을 유지하게 해주지만, 행복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밀어내는 힘도 함께 지닌다. 나는 그 회색의 질감을 상상하는 동안, 기운을 잃은 날 소파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던 나의 어떤 오후와 겹쳐 보였고, 이 책이 말하는 마음의 온도가 특별한 몇 사람의 것이 아니라 많은 이가 공유하는 감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화는 크고 대단한 사건보다 소소한 장면에 집중한다. 지하철에서 마주친 불편한 시선,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의 말끝, 약속을 취소하고 나서 몰려오는 죄책감,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감각 같은 것들이다. 상담 장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은 말의 습관을 바로 보는 일이다.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버릇 뒤에 숨은 믿음과 공포를 하나씩 드러내면서, 생각의 굳은살을 만져보는 과정이 이어진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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