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독후감, 3편)_치의대생_소년이온다(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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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소년이 온다』를 읽는 내내 나는 인간의 존엄이 어떻게 무참히 짓밟힐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마주해야 했다. 광주의 거리는 피로 얼룩졌고, 시민들의 몸은 총탄과 곤봉에 의해 찢기고 무너져갔다. 그러나 그 참상보다 더 섬뜩하게 다가온 것은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이었다. 군인들이 쏜 총알은 단순히 개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저항하는 인간 전체, 기억하려는 인간 전체, 진실을 지키려는 인간 전체를 겨냥한 것이었다. 국가가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사회계약은 이 소설 속에서는 완전히 파기되었고, 국가는 보호자가 아니라 가해자로 변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떠오른 질문은 이것이었다. 국가란 무엇인가, 그리고 국가가 언제까지 우리에게 폭력의 얼굴을 하고 다가올 것인가.

소설 속 동호는 아직 중학생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는 도청의 상무관에서 시신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일을 맡는다. 미성숙한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도 잔혹한 현실이다. 하지만 그가 감당해야 했던 죽음의 기록은 단순히 개인적 비극이 아니라 집단적 학살의 증거였다. 국가 권력은 그 증거를 지우려 했지만, 어린 소년의 손은 오히려 그것을 남기고 있었다. 나는 이 장면에서 국가가 의도적으로 진실을 파괴하려 할 때, 오히려 민간의 기록과 증언이 역사로 남는다는 아이러니를 느꼈다. 동호의 장부는 법정의 공문서보다 더 강력한 역사적 증거로 읽힌다. 국가가 부정해도, 개인의 눈과 손은 기억을 지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유족들의 애국가 제창은 더욱 뼈아프다. 군인들이 죽인 시민들의 관 위에 태극기를 덮고, 애국가를 부르며 추도하는 장면은 아이러니의 극치다. 그 장면에서 동호는 묻는다. 왜 국가가 죽인 사람들에게 국가의 상징을 덮어야 하는가. 나 역시 같은 의문을 가졌다. 광주에서 국가란 도대체 무엇이었나. 국민을 지켜야 할 군대가 국민을 향해 총을 쏜 순간, 그 군대는 이미 국가의 군대가 아니라 권력자의 군대였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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