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독후감] 조세희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산업화의 그림자와 작아진 존재들의 존엄을 향한 기록

소개

"[A++독후감] 조세희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산업화의 그림자와 작아진 존재들의 존엄을 향한 기록"에 대한 내용입니다.

목차

1. 서론

2. 본론
2.1 산업화의 속도와 가족의 균열
2.2 철거와 도시계획의 언어: 지도·도면·숫자의 폭력
2.3 공장과 몸: 노동, 젠더, 피로의 서사
2.4 ‘난장이’라는 은유: 작아짐, 보이지 않음, 그리고 존엄
2.5 형식의 실험: 연작 구조와 콜라주적 문체가 남기는 잔상
2.6 오늘의 도시와 나: 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 거리의 윤리

3. 결론

본문내용

이 책을 펼치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불편함이었다. 누군가 내 일상의 바닥을 갑자기 뒤집어 보이는 느낌, 그동안 익숙해진 도시의 매끈한 표면 뒤에 울퉁불퉁한 뼈대를 들이밀어 확인시켜 주는 느낌이었다. 이야기들은 한 가족의 비극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값싼 노동과 빠른 개발에 의존해 달려온 사회의 촘촘한 톱니들이 어떻게 사람의 몸과 시간을 갈아 넣는지, 그 톱니 사이에서 누군가는 작아지고 또 작아지다 결국 보이지 않게 되는지, 책은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보여 준다. 그래서 나는 독서 내내 ‘작다’는 말이 물리적 키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규정해 놓은 자리의 문제라는 사실을 반복해서 떠올렸다. 작은 몸은 곧 작은 임금, 작은 발언권, 작은 선택지로 번역되고, 결국 작은 생으로 축소된다.

연작으로 배치된 각각의 이야기들은 하나의 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비추는 거울처럼 작동한다. 때로는 신문 기사나 보고서 같은 건조한 문체가 끼어들고, 때로는 설계도나 숫자, 노랫말이 살아 있는 사람의 얼굴을 가린다. 그 순간 내가 느끼는 건 서늘함이다. 객관과 효율의 언어가 사람을 설명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지우는 방식일 때가 많다는 사실을, 책은 문장 자체의 형태로 체험하게 만든다. 그래서 산문을 읽으면서도 문학과 비문학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수치와 도면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특히 마음이 거칠어졌다. 숫자 하나가 계획의 근거가 되는 동안 어떤 이름들은 계획의 외곽으로 떨어지고, 그 이름들이야말로 ‘난장이’로 환원되는 사람들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남은 잔상은 ‘높이’와 ‘크기’의 감각이다. 도시의 고층 건물, 재개발 구획을 긋는 지도, 생산량 그래프의 가파른 상승선은 모두 위로, 더 크게, 더 빨리를 향해 있다. 그런데 소설은 그 상승선의 그림자 아래, 낮고 작은 것들의 내부를 비춘다. 낮은 지대의 집들은 쉽게 물에 잠기고, 작은 방은 쉽게 숨이 막히며, 작은 몸은 쉽게 밀려난다. 나는 그동안 내 시선이 너무 높이에서만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위에서 보면 도시가 질서정연해 보이지만, 아래에서 보면 같은 도시가 미끄럽고 차갑다. 그 차이를 보게 만드는 것이 이 작품의 힘이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