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독후감]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 - 진보의 신화와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한 경고

소개

"[A++독후감]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 - 진보의 신화와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한 경고"에 대한 내용입니다.

목차

서론: 내가 기대한 ‘진보’와 웰스가 보여준 ‘퇴락’의 대비

본론 1: 미래는 현재의 거울 — 액자 구조와 믿기 어려운 서술
본론 2: 엘로이와 모락 — 유토피아의 표면과 지하의 노동
본론 3: 공포의 두 얼굴 — 낮의 동화, 밤의 포식
본론 4: 위나의 꽃 — 연민과 도구화 사이의 진동
본론 5: 초록 유리 궁전의 박물관 — 지식의 잔해와 기술의 무력함
본론 6: 숲의 불과 실패한 구출 — 죄책감의 서사
본론 7: 마지막 바다와 죽어가는 태양 — 엔트로피의 감정적 질감
본론 8: 진보 신화의 붕괴 — ‘보이지 않는 노동’의 역습
본론 9: 시간여행 장치의 의미 — 과학이 아니라 질문의 가속기
본론 10: 오늘의 우리에게 온 경고 — 도시, 자동화, 돌봄, 그리고 계급

결론 1: 두 송이 꽃이 남긴 것 — 증거, 기억, 약함의 존엄
결론 2: 나에게서의 변화 — ‘앞으로’를 말하는 방식

본문내용

서론: 내가 기대한 ‘진보’와 웰스가 보여준 ‘퇴락’의 대비

《타임머신》을 펼치기 전, 나는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일종의 낙관으로 예감했다. 기술은 더 정교해지고, 인간은 더 자유로워지고, 갈등은 지혜롭게 조정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웰스가 열어젖힌 미래는 반짝이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지나치게 평화로워서 기이하고, 지나치게 부드러워서 불길한 정원이었다. 엘로이는 아이처럼 웃고 노래하지만, 그들의 웃음은 이해의 깊이를 갖지 못한다. 그 표면 아래, 모락은 지하에서 눈을 적응시킨 채 기계와 어둠에 붙들려 있다. 이 극단적인 양분은 낙관이 아니라 퇴락의 풍경이다.

읽으면서 가장 먼저 밀려온 감정은 ‘속이 빈 평온’에 대한 불안이었다. 미래가 고요하다는 사실 자체가 위협처럼 느껴졌다. 전쟁과 폭력이 사라진 듯 보이는 낮의 풍경에서조차, 나는 설명되지 않은 결핍을 느꼈다. 사람들은 왜 책을 읽지 않는가, 일하지 않는가, 서로를 깊이 이해하려 하지 않는가. 표면의 평온은 시간을 먹어치우는 침묵처럼 보였다. 그리고 밤이 오자 그 침묵은 본모습을 드러낸다. 모락의 하얀 손이 어둠에서 뻗어 나올 때, 나는 그제야 낮의 평온이 어떤 대가 위에 세워졌는지 직감한다.

이 책은 과학 소설이지만, 과학보다 감정을 먼저 움직인다. 시간여행 장면의 스릴보다 더 오래 남은 것은, 마지막 바다에서 거대한 게와 함께 죽어가는 태양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느낀 어지럼증 같은 상실감이다. ‘역사가 결국 냉각으로 끝난다면, 지금의 윤리는 어디에 기대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오래 붙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송이 마른 꽃. 그 보잘것없는 증거물이, 이 책에서 내가 믿고 싶은 거의 유일한 것이 된다. 증거라기보다 마음의 무게처럼 보이는 그 꽃이, 이 이야기의 정서적 중심을 가리킨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