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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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나에게 은교는 불편함을 피해 가는 대신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표지와 줄거리를 훑을 때부터 이미 마음 한쪽이 굳어졌는데, 문장을 따라 들어가면서 굳은 마음은 여러 감정으로 갈라졌다. 연민, 혐오, 두려움, 호기심이 뒤섞였고, 그 사이로 노년과 청춘이 서로를 비추는 장면들이 잔상처럼 남았다. 소설은 위대한 시인으로 칭송받던 이적요가 세상을 떠난 뒤 1년이 지나 공개되는 노트를 핵으로 삼는다. Q라는 변호사가 그 노트를 어떻게 다룰지 망설이고, 서지우가 기록을 손에 쥐고 해석을 덧칠하며, 은교가 살아 있는 몸과 목소리로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상처의 가장자리와 욕망의 바닥을 함께 드러낸다. 읽는 동안 나의 시선도 흔들렸고, 흔들린 시선의 흔들림까지 돌아보게 되어 마음이 고단해졌다. 그 고단함 때문에 끝내 눈을 떼지 못했다는 사실이 스스로 놀라웠다.

소설의 무게는 무엇보다 나이와 몸에서 나온다. 10대의 살결과 70대의 쇠약해진 육체가 같은 공간에 놓일 때, 사회가 정해 놓은 금기의 선이 선명해진다. 동시에 그 선이 얼마나 흔들리기 쉬운지, 그리고 흔들릴 때 어떤 파문이 번지는지도 보이게 된다. 이적요가 느끼는 감정은 낭만이라는 단어로 포장할 수 없는 종류다. 아름다움이 욕망으로 미끄러지고, 욕망이 죄책감과 자기기만으로 변색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얼룩처럼 더러워지는 기분이 든다. 여기서 얼룩은 단지 여성에 대한 응시의 문제만이 아니라, 늙음이 세상에서 밀려나는 방식과도 연결되어 보인다. 눈빛 하나, 숨소리 하나에 매달리는 노인의 내면은 비루함과 숭고함이 충돌하는 자리로 묘사된다. 그 충돌은 겉으로 보이는 예의 바름보다 훨씬 깊게 파고든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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