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일구는 사회복지사들의 이야기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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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사회복지라는 말은 늘 현장 냄새와 사람 얼굴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단어다. 책상 앞에서만 만들어지는 정책이나 문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문을 두드리고, 매일 같은 골목을 걸어가며, 이름을 부르듯 인사를 건네는 움직임이 먼저 떠오른다. 노혜련의 책은 바로 그 움직임을 기록한 기록물로 느껴졌다. 제목에서 말하듯 희망을 일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그 희망이 어떤 흙에서 자라고 어떤 날씨를 견뎌 왔는지 차분히 보여 준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오래된 사진첩을 보는 기분이 들었고, 때로는 오래 품어 둔 수첩을 펼쳐 메모를 확인하는 마음과도 닮아 있었다.

책은 우리 사회복지계의 선배들을 만나는 여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행정의 보호막이 얇고 제도의 틈이 많던 시절, 도움이 필요했던 이웃을 놓치지 않으려 밤낮으로 움직였던 사람들의 발자취가 담겨 있다. 저자는 23명의 사회복지사를 분야별로 소개한다. 각자의 자리와 방식이 다르지만 공통점이 또렷하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을 한 번의 만남으로 규정하지 않고, 그 사람이 지나는 하루의 리듬을 끝까지 함께 견뎌 내려는 태도다. 그런 태도는 말의 무게보다 시간이 증명한다는 사실을 책은 조용하게 보여 준다.

가족복지 영역에서 활동한 김효남 서울시 가정상담소장의 장면을 읽으며 내 마음은 오래 머물렀다. 가족 안에서 생기는 균열은 겉으로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외부의 시선에는 평온해 보이지만, 집 안의 공기는 미세하게 떨리고, 밥상에 앉으면 눈치부터 살피는 날이 반복된다. 상담소의 문을 두드리는 순간까지 오기 위해 그 가족은 많은 망설임을 지나 왔을 것이다. 김효남 소장은 문턱을 낮추는 데 힘을 쏟았다고 한다. 문턱을 낮추는 일은 상담실 의자를 바꾸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한 번에 길게 묻지 않고, 말문이 트일 때까지 기다려 주고, 상담이 끝난 뒤에도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마음의 길을 남겨 두는 태도를 뜻한다. 기록을 읽는 내내 그런 태도가 어떤 가족에게는 첫 구조선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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