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힘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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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의 힘은 거창한 학설을 늘어놓거나 어려운 개념을 시험지처럼 풀어내는 책이 아니다. 페이지를 펼치면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거리감이 아니라 가까움이다. 나의 하루와 붙어 있는 물음이 잇달아 나오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같은 거대한 물음이 아니라 오늘 누구에게 어떤 말을 건넬지, 선택 뒤에 남는 찜찜함을 어떻게 다룰지, 가족과의 다툼이 지나가고 난 뒤 어떤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같은 질문이 중심에 서 있다. 책은 철학사를 통째로 꿰뚫겠다고 덤비지 않는다. 삶의 장면에서 금방 꺼내 쓸 수 있는 생각의 도구를 건넨다. 나에게 가장 반가웠던 점도 바로 그 지점이다. 지식보다 태도, 설명보다 질문, 해답보다 기준이 우선이다.

나에게 질문은 때로 불편하다. 물음은 선택을 미루지 못하게 만들고, 지금의 내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자주 피하던 물음과 마주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정말 내 마음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주변의 기대에 맞추려는 조바심인지 묻는 순간이 특히 그랬다. 욕망이라는 말을 거창하게 정의하지 않더라도, 무엇을 소중히 여길지 정하는 기준은 평소의 반복된 선택에서 드러난다. 책은 그 기준을 세우는 방법으로 짧고 또렷한 질문을 권한다. 지금 하는 일이 내게 의미가 있는가, 긴 시간 뒤에도 미소 지을 수 있는가,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가 같은 물음이다. 결국 기준은 외부에서 강요된 표어가 아니라 내가 감당할 약속이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마음에 남았다.

가족과의 관계에서 철학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책은 많은 힌트를 준다. 관계의 문제는 감정의 온도와 기억의 방식에서 시작된다고 책은 말한다. 분노는 순간의 화보다 더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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