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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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을 열자, 낯선 예술이 말을 걸다
미술이라고 하면 보통 사람들은 거대한 미술관에 걸린 유명 작가의 작품을 떠올린다. 렘브란트의 어두운 명암, 모네의 빛의 떨림, 피카소의 왜곡된 인물들처럼, 이름만 들어도 떠오르는 작가와 작품이 대부분의 미술 감상 경험의 중심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런 익숙한 이름들의 이면에는 세상에 제대로 드러나지 못한, 혹은 철저히 무시되었던 예술가들이 존재한다.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꺼내어 들려주는 책이다.
이 책은 기존 미술사의 질서에서 벗어나 주변부로 밀려난 이들, 즉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의 삶과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미술 에세이다. 이들이 ‘서랍 속에 들어 있었다’는 표현은 단지 상징적인 말이 아니다. 실제로 어떤 이의 그림은 수십 년간 가족조차 알지 못한 채 서랍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었고, 어떤 작품은 작가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소영 작가는 그러한 침묵 속의 예술을 찾아 먼 나라의 작은 미술관을 방문하고, 희미한 기록을 더듬어가며 마침내 독자에게 이들 이야기를 꺼냈다.
책은 크게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작가가 직접 만난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세계, 그리고 그들이 가진 독특한 시선을 소개하고 있다. 앙리 루소, 헨리 다거처럼 이미 ‘후기 평가’로 주목받은 인물부터,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무명 예술가들까지 등장한다. 그들의 예술은 기교로 완성된 것이 아니며, 미술 학교의 교육을 거친 것도 아니다. 어떤 이는 정신병원에서, 또 어떤 이는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혹은 빈곤과 차별이라는 구조적 억압 아래에서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스스로의 세계를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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