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아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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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접하게 된 계기는 꽤 우연한 편이었다. 평소처럼 도서관 신간 코너를 둘러보다가 표지에서부터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을 본 순간, 그 단어 하나가 주는 이미지와 감각이 너무 강렬해서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아가미'라는 단어는 보통 인간의 것이 아니기에, 그 제목에서부터 이 작품은 인간의 언어, 감정, 신체의 경계를 벗어난 이야기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단어 하나가 이토록 큰 상징과 호기심을 담을 수 있다니, 그 감각만으로도 충분히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저 표지와 제목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전에 구병모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접해본 적은 없었지만,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독자층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작가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 특히 ‘이질적인 존재’를 통해 사회를 은유하는 방식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에 관심이 생겼다. 나는 늘 인간과 비인간,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선에서 서성이는 이야기들에 매력을 느껴왔고, 이 책은 딱 그 범주에 속해 있는 작품처럼 보였다.
또한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타인과는 조금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 혹은 사회 속에서 소외되거나 스스로의 존재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묘한 동질감을 느껴왔다. 내 안에도 어딘가 설명할 수 없는 이질감, 세상과 조금 어긋난 감정선이 존재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 책이 그러한 내면을 건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단순한 성장소설이 아닌, 인간의 본성과 정체성에 대한 깊은 탐색이 담긴 작품을 찾고 있던 시기였다. 그런 시점에서 이 소설은 나에게 아주 조용하지만 강하게 말을 걸어왔다. ‘당신은 얼마나 나와 다르고, 또 얼마나 닮아 있는가’라는 질문처럼 느껴졌다고 할까. 그렇게 나는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단순히 한 번의 독서로 끝내기에는 무언가 오래 남을 예감이 드는, 그런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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