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종말 독후감 (99.02. 끌리오 출판)

소개

"시간의 종말 독후감"에 대한 내용입니다.

목차

1. 스티븐 제이 굴드와 시간의 과학적 이해
2. 장 들뤼모와 종교적 종말론의 재해석
3. 장 클로드 카리에르와 동양 사상, 시간의 철학
4. 움베르토 에코와 문명 비판, 그리고 ‘비극적 낙관주의’
5. 결론: ‘시간의 종말’을 넘어, 다시 시간을 사유한다는 것

본문내용

우리는 왜 종말을 이야기하는가? 그리고 왜 하필 '시간의 종말'일까까?
움베르토 에코, 스티븐 제이 굴드, 장 들뤼모, 장 클로드 카리에르.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인류의 지적 지형을 넓혀온 이 네 명의 지식인은, 단순한 연대기의 끝을 의미하는 ‘밀레니엄’이라는 주제를 빌미로, ‘종말’이라는 관념을 전방위적으로 탐색한다. 『시간의 종말』은 세상의 마지막을 상상하거나 예언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종말이라는 말을 통해 시간, 역사, 문명, 인간 존재, 신화, 과학, 윤리 등 우리 삶의 근간을 이루는 거대한 질문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담론의 장이다.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나는 ‘시간의 종말’이라는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종말론은 흔히 음모론자들이나 종교적 광신도들의 영역처럼 생각해와서, 세계적 지식인들이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그들의 논의는 단순한 종말 예측이나 파국 시나리오를 넘어, 인간 존재의 인식 방식과 문명의 자기 이해에 깊숙이 뿌리를 두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종말을 상상하는 인간’이야말로 철학적 존재이며, 그것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시간을 사유하는 존재라는 사실과도 맞닿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의 출발점이 단순히 ‘2000년’이라는 숫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인류는 왜 그 숫자에, 그리고 ‘천년’이라는 단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가? 여기서 독자들은 숫자에 담긴 역사적·종교적 의미, 그리고 인간의 심리 구조와 문화적 무의식에 대한 탐색으로 이끌린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서양력의 기술적 기원과 윤년 계산 방식에서부터 시작해, 1000이라는 숫자에 부여된 상징적 무게를 중세 기독교의 ‘천년왕국설’과 연결시킨다. 이처럼 이 책은 단순한 과학서도, 종교서도, 철학서도 아닌, 각 분야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지적 대화의 보고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이 책은 종말에 대한 두려움보다, ‘시간의 끝’을 사유하는 행위 자체의 의미를 강조한다.

참고자료

· 장 들뤼모(Jean Delumeau) / 장 클로드 카리에르(Jean-Claude Carriere) /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 시간의 종말 / 문지영, 박재환 역 / 끌리오 /1999년 2월/3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