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 군주론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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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가 남긴 군주론은 오랜 세월 동안 여러 해석을 낳았다. 한쪽에서는 권모술수의 화신으로 그를 바라보기도 했고, 다른 쪽에서는 근대적인 정치사상의 출발점에 선 인물로 추앙하기도 했다. 그의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떠오르는 이미지가 한 가지로 고정되지 않고 굴절되는 이유는, 그가 직접 살아가던 시대가 혼란과 격변의 시기였기 때문이라 여긴다. 피렌체의 정치 현장은 강대국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고, 군주들이나 유력 가문이 권력을 다투는 모습이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그 속에서 그가 세운 정치적 구상은 평범하거나 온건한 수준을 훨씬 넘어선 것이었다. 그래서 오랜 시간 경멸과 존경을 동시에 받아왔다. 그 양면성에 매료되는 독자도 많다.

최장집 교수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말한 현실주의적 관점은 특별히 눈길을 끈다. 대체로 정치 분야에서 현실주의는 때때로 냉혹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상적인 청사진을 그리기보다는, 현실이라는 울타리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직접 다루려는 태도가 강하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글에서 도덕적 판단만으로 정치 현상을 재단하지 않았다. 권력을 유지하거나 확보하는 과정에서 군주가 무엇을 신경 쓰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그려냈다. 물론 그 방향성이 때로는 비정하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무시무시한 폭군을 찬양한 인물이었다고만 치부하긴 어렵다. 누군가는 그를 민주적 공화주의 전통의 기틀을 닦은 사상가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가 일반 백성의 분노와 지지를 동시에 의식하는 군주의 태도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박상훈 교수가 번역한 한국어판 군주론은, 단어 하나하나에 담긴 뉘앙스와 역사적 배경을 상세히 부연해주려고 시도했다. 그런 노력은 원전 속에 담긴 뉘앙스를 살아 있게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된다. 그가 간단한 어휘라도 여러 배경지식을 통해 풀어내고, 역사 속 인물과 사건을 곁들여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풍부한 이해를 제공하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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