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금이 있던 자리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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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이 쓴 단편소설집 『풍금이 있던 자리』는 여러 인물의 내면에 깃든 상처와 그 이면에 자리한 기억을 섬세하게 그려 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1985년에 중편 「겨울 우리」로 등단한 뒤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예민함을 결합시킨 작가의 문체는 여러 세대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 소설집은 표제작을 포함해 「직녀들」, 「멀어지는 산」, 「그 여자의 이미지」 등 총 아홉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이 주는 인상부터 어딘가에 남아 있는 옛 소리나 옛 감정이 떠오르게 만든다. 사람의 기억 어딘가에 먼지 쌓인 풍금이 놓여 있고, 간혹 그 소리가 바람에 흔들리며 들려오는 순간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작가는 그 분위기를 문장 곳곳에 촘촘히 새겨두었다.

그 책에 담긴 짧은 이야기마다 주인공들은 상실감과 그리움, 혹은 막연한 추억에 사로잡혀 있다. 누군가는 과거의 가족사를 떠올리며 어릴 적 장면들을 떠오르게 만들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루지 못한 사랑의 흔적을 안고 더 깊숙이 내면을 파고든다. 각 이야기의 길이는 길지 않지만, 감정이 소리 없이 스며들어 읽는 사람을 사로잡는다. 작중 인물들은 때로는 말 못 할 사연을 품고 있고, 그것이 인생에서 중요한 갈림길이 되기도 한다. 그 덕분에 한편 한편을 읽을 때마다 흐릿하게 남아 있던 기억의 단서들이 서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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