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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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이순신의 자취가 생생하게 배어 있는 전란의 기록을 읽어보면, 눈앞에서 물이 일렁이는 바다처럼 마음이 흔들린다. 군인이자 지휘관이었던 그가 매일같이 손수 남긴 기록에는 숨조차 가쁘게 느껴지는 전투 현장의 상황과 더불어, 평소 걱정과 분노와 울분도 차곡차곡 쌓여 있다. 바다는 잔잔할 때와 거세게 몰아칠 때가 극명히 다르다. 그의 기록 또한 일정하게 평온하지 않다. 며칠 동안은 조용히 인물을 만나거나 약간의 병영 정비를 했다고 적은 뒤, 다음 날에는 적선이 몰려와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치른 사실을 두어 줄에 압축해놓기도 한다. 무심한 문장 속에서 땀과 피, 슬픔이 어른거린다.

일기 자체는 초서로 흘려 쓴 글자가 많아 후대에 전해지기까지 적잖은 난관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가장 치열했던 전투가 벌어졌던 해의 기록은 더욱 알아보기 어렵게 남아 있다. 적의 움직임은 빠르게 바뀌었을 것이고, 그 순간마다 충무공은 차분히 붓을 들 겨를이 없었을지 모른다. 대신 걷잡을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을 빠르게 메모했으리라는 상상이 든다. 실제로 남아 있는 그의 친필 초고를 보면, 글씨가 흘러가거나 중간에 잉크 자국이 번진 흔적도 남아 있다고 들었다. 그것을 지금 읽어내기까지 학자들은 여러 판본을 대조하며 애써 해독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예전에는 잘못 읽히거나 누락되었던 부분이 조금씩 재발견되고 보완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읽는 최종본에는 그 무수한 노력의 산물이 녹아 있다. 새로 밝혀진 내용들도 추가되었다. 특히 을미년에 해당하는 기록은 개인적이고 가정사적인 대목이 많이 언급되어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서는 위에서 지휘권을 행사하는 권율과 원균에 대한 솔직한 감정이 폭로되기도 한다. 평소에 과묵할 것만 같았던 인물이, 사적인 공간에서 생각을 그대로 표현한 셈이다. 지휘계통에서 갈등이 어떻게 표출되고, 또 그로 인해 마음고생을 얼마나 했는지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이런 사적인 기록은 흔히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가와 전쟁이 우선시되던 시절, 지휘관으로서 품었던 불만을 함부로 발설하기 어려웠을 터다. 그래도 그는 붓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토로했다. 그 작은 문장 하나하나가 살아남아 후세 독자들의 눈앞에서 펼쳐진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