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3회 원광대학교 전국 고교현상문예백일장 입선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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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비밀

할아버지는 봄이 지나가는 동안
작업실 안에 머물러 있었다
톱질 소리가 눈부신 적막을
잘라내고, 사포질 소리가 이어질수록
따갑던 적막이 부드러워졌다

할아버지는 목수였다,
그 안에서 뭘 만드시냐 물으면
할아버지는 퉁퉁한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단단히 닫힌 문 너머,
할아버지가 백발에 진득한 나무 냄새를
묻히고 나올 때마다 거친 목덜미에
비밀처럼 톱밥 가루가 고여 있었다

할아버지 곁에 다가가면
깜깜하고 그리운 냄새가 났었다
마른 얼굴에 핀 저승꽃 한 무더기
귓바퀴의 붉은 실 같은 혈관
고목의 피부와 닮아 있던 할아버지 손
낡은 옷자락에 까만 옻칠이
묻어 있곤 했다, 나는 그 냄새가 매워
아린 눈을 깜박거렸다

술렁이던 오후
나는 작업실 문틈을 바라보았다
열린 문 사이로 나무의 온도를
닮은 바람이 불었다
나는 녹슨 햇빛을 밟고
문 사이 풍경을 본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