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하는 일/권미선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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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그만두면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포기해야 했다. 다시 공과금 줄이기 챌린지 같은 것을 하면서 살아야 했다. 하지만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계속 불행할 것 같다. 삶에서 내가 더 포기할 수 없게 어떤 것인지 따져 봤다. 그 일을 해서 내가 얻는 것과 잃은 것을 저울질했다. 많은 걸 용서하게 만드는 월급을 포기한다는 것은 역시나 아쉬운 일이었지만 결국, 일을 그만두었다. 그건 선택의 문제였다. 그때 나는 나를 덜 불행하게 만드는 선택을 했다. 적게 버는 대신 내 시간을 더 많이 쓰는 쪽으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을.

이후 어떤 일을 하는 데 고민될 때면 그때의 불행하던 시간을 떠올린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 그 일로 생활이 흐트러지지 않을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한때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저당 잡히는 삶을 산 적이 있다. 문득문득 불행했다. 그때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다른 길이 있는 줄 몰랐다. 선택은 늘 어렵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일을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불행 리스트를 하나씩 지우다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보일 것이다.

-> 권미선 작가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보인다. 좋아하는 일을 했고 여행을 자주 다녔고 부당한 일도 겪었다. 6개월에 한 번씩 일을 잡아야 했고 그때 못잡으면 놀아야했다. 그래서 지출을 줄이고 그에 맞게 생활하고 시간과 복리의 개념을 알고 불안이 덜해졌다. 일이 없고 벌이가 적으면 그것보다 더 적게 쓰고 대신 시간을 많이 쓰는 삶을 산다. 그리고 생각보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돈이 별로 안 들더라는.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없는지 모르고 취업을 했다. 공부는 혼자서 하는 것이니 그럭저럭해왔지만 일을 다른 문제였다. 나는 정서적으로 많이 병든 상태에서 공부를 하고 취업을 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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