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독후감] 작은 푸른 행성의 약속 - [코스모스]를 읽는 경이,회의,검증의 기술

소개

"[A++독후감] 작은 푸른 행성의 약속 - [코스모스]를 읽는 경이,회의,검증의 기술"에 대한 내용입니다.

목차

1. 서론·우주를 읽는 자세: 왜 지금 『코스모스』인가 (1단계)
2. 본론 ① 과학이라는 감수성: 회의·상상·검증의 삼중주 (2단계)
3. 본론 ② 코스믹 캘린더: 1년으로 압축된 우주 역사와 인간의 자리 (3단계)
4. 본론 ③ 별의 생로병사와 ‘스타스터프’의 윤리 (4단계)
5. 본론 ④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지식의 취약성 (5단계)
6. 본론 ⑤ 우주의 테두리: 빅뱅, 팽창, 스케일 감각의 재훈련 (6단계)
7. 본론 ⑥ 생명과 진화의 연속체: DNA, 의식, 외계 지성에 대한 상상력 (7단계)
8. 본론 ⑦ 행성의 초상: 금성·화성·지구—기후와 문명의 경고 (8단계)
9. 본론 ⑧ ‘누가 지구를 대변하는가’: 정치·문화·우주적 시민성 (9단계)
10. 결론·작은 푸른 행성에 대한 약속: 경이, 겸손, 책임의 기술 (10단계)

본문내용

『코스모스』를 읽는 동안, 나는 한 권의 과학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시선에 동승하고 있다는 느낌을 거듭 받았다. 칼 세이건의 문장은 식은 계산으로 세계를 해부하지 않는다. 대신 경이를 먼저 꺼내고, 경이가 과열되지 않도록 회의를 집어넣고, 회의가 냉소로 흐르지 않게 상상력을 다시 끼워 넣는다. 그 삼중 구조가 페이지마다 일정한 박동처럼 흐른다. 이 박동이 내 호흡을 바꾸고, 호흡이 바뀌자 판단의 속도가 달라졌다. 나는 이 책을 ‘지식’으로만 읽지 않고 ‘자세’로 읽었다. 우주를 말할 때 어떤 어휘를 고르고, 어떤 속도로 생각을 전개할지에 대한 태도 말이다.

처음 붙든 이미지는 코스믹 캘린더다. 우주의 긴 시간을 한 해로 압축하는 그 장치는 과학적 정확성만큼이나 심리적 효과가 크다. 인류의 역사가 달력의 마지막 날, 마지막 몇 초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교과서에서 이미 여러 번 본 상식이지만, 실제로 달력의 칸에 올려놓고 보니 내 일상의 고민이 시차를 잃었다. 오늘의 분주함이 사라졌다는 말이 아니라, 분주함의 위상이 조정됐다는 뜻이다. 나는 내 감정이 우주의 시간 단위와 만나면 의외로 안정된다는 걸 알았다. 급박한 감정이 환기되고, 오만한 확신이 눌리고, 성급한 절망이 느려진다. ‘우주적 관점’이란 말이 허세로 들릴 때가 많지만, 코스믹 캘린더 앞에서는 도리어 자세가 낮아진다.

세이건의 문장은 과장하지 않으면서 넓다. ‘우리는 별의 재료(star-stuff)로 이루어져 있다’는 선언은 시적이지만, 동시에 화학적 사실이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곧장 상체가 펴지는 경험을 했다. 자기 비하와 자기 과시가 동시에 쪼그라든다. 나를 특별한 존재로 과다 포장할 이유도, 하찮은 먼지로 축소할 이유도 없다. 별과 나 사이의 매개가 반짝이는 수사나 스펙터클이 아니라, 주기율표의 단정한 표라는 점이 좋았다. 숫자와 표가 시를 쓴다는 감각. 『코스모스』는 바로 그런 류의 시를 잘 쓴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