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농무' 감상문

소개

신경림 ‘농무’ 감상문

목차

1. 들어가며
2. 민중을 지향하는 시
3. 현실을 비판하는 시
4. 공동체를 이야기하는 시
5. 불안에 대하여
6. 독재 치하의 시
7. 끝없는 반성
8. 나가며
9. 참고자료

본문내용

I. 들어가며

새로운 시란 무엇일까. 나는 새로운 시는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바탕으로 탄생한다고 본다. 여기에는 문학 장르로서 시의 새로움은 물론이거니와 한 사람으로서 시인의 삶 역시 예외가 아닌 것이다. 신경림 시인은 1960년대에 등단한 이후 십 년 이상 절필에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등단은 했지만 도저히 시를 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거기에는 시대적 암울함도 있었겠으나, 그보다는 본질적으로 시인이 그의 삶에서 새로운 시를 길어올릴 수 없겠다는 생각이 컸다. 인간의 삶과 괴리된 소위 '머리로 쓰는 시'가 문단의 주류를 형성해 가고 있었고, 사람 냄새 나는 시를 쓰고 싶었던 시인은 도저히 그러한 경향과 더불어 갈 수 없겠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그는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갔다.

II. 민중을 지향하는 시

“
우리는 협동조합 방앗간 뒷방에 모여
묵내기 화투를 치고
내일은 장날. 장꾼들은 왁자지껄
주막집 뜰에서 눈을 턴다.
들과 산은 온통 새하얗구나. 눈은
펑펑 쏟아지는데
쌀값 비료값 얘기가 나오고
선생이 된 면장 딸 얘기가 나오고.
서울로 식모살이 간 분이는
아기를 뱄다더라. 어떡헐거나.
술에라도 취해볼거나. 술집 색시
싸구려 분 냄새라도 맡아볼거나.
우리의 슬픔을 아는 것은 우리뿐.
올해에는 닭이라도 쳐볼거나.
겨울밤은 길어 묵을 먹고.
술을 마시고 물세 시비를 하고
색시 젓갈 장단에 유행가를 부르고
이발소집 신랑을 다루러
보리밭을 질러가면 세상은 온통
하얗구나. 눈이여 쌓여
지붕을 덮어다오 우리를 파묻어다오.
오종대 뒤에 치마를 둘러쓰고
숨은 저 계집애들한테
연애편지라도 띄워볼거나. 우리의
괴로움을 아는 것은 우리뿐.
올해에는 돼지라도 먹여볼거나.

-겨울 밤
시인은 농촌 사람들과 완전히 동화된 삶을 그리고 있다. 1970~80년대는 '민중시'라는 '민중의 생활을 담은 시'가 아주 활발히 쓰여지고 있던 때이기도 했는데, 신경림의 시는 다른 민중시와 여러가지 면에서 달랐다. 도시화로 인해 완전히 낙후된 농촌의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 그러한 현실에 처한 이들의 울분을 한 편의 시 안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참고자료

· 신경림, ‘농무’, 창작과비평사, 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