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독한 늙은이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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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혼자 농사지으며 잘 살고 있는 나를 큰딸이 꼬드겨 이 답답한 도시 한 복판에 데려다 놓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멀리 떨어져 있어 안심이 안 된다고 데려다 놓을 때는 언제고 아예 연락도 없고 코빼기도 보이질 않는다. 멀쩡한 내 집 명의의 시골집을 처분해야 나라에서 돈이 나온다고 해서 마지못해 집문서와 인감도장을 넘겨주고 겨우 다가구 주택의 반 지하 단칸방 하나를 얻어 들어 앉았다. 시골에서 집 한 채 값이 여긴 전세 보증금도 안 된다니 반 지하라고 우습게 볼 것도 아니었다. 예나지금이나 나에게 서울은 무서운 곳이다.
농사에서 손을 놓으니 생전 아프지도 않던 몸 이곳저곳이 다 아프고 결국 시골에 살 때는 가 본 적도 없는 병원과 약국신세를 허구한 날 지게 되었다. 혈압에 당뇨에 관절염에 챙겨 먹어야할 약도 너무 많다. 그래도 죽지 못해서 매일매일 약을 챙겨 입에 쑤셔 넣는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지만 일주일에 두 번씩 찾아오는 요양보호사(노인돌보미란다)말로는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그럼 그 말이 맞겠지.

오늘은 꿈자리가 유난히 사나워 다른 때보다도 일찍 잠에서 깨었다. 밥맛도 없지만 빈속에 약을 먹을 수는 없어서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마신다. 냉장고 문을 여는 오른 쪽 팔이 전에 없이 저렸다. 그리고 목도 뻐근했다. 얼마 남지도 않은 우유를 팩 채 마시려 목을 뒤로 젖히는 순간 갑자기 천장이 빙그르르 하고 돌아간다. 그리고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햇빛에 눈이 부셔 눈을 떠보니 창문이라고 하긴 민망하지만 그래도 반 지하 방에 유일하게 빛을 들여 주는 창가 쪽에 내가 누워 있었다. 왜 여기에 이러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기억난 곳은 분명 냉장고 앞이었는데 아무튼 잠시 쓰러져서 정신을 잃었던 모양이었다. 실낱같으나마 해가 짱짱하게 들어오는 것을 보니 시간이 꽤 지난 것 같다. 시계를 보려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이런 젠장 몸이 꼼짝을 않는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