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주먹밥으로 (영화 '택시운전사' 비평문)

소개

대학교 교내문학상 수상작이므로 영화 비평을 위한 참고에만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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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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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날아라 슈퍼보드’에서 천축으로 가려는 삼장법사가 겪는 여정이 김만섭이 서울 택시를 끌고 광주로 갔을 때 겪게 되는 여정보다 험난할까. 삼장이 서쪽으로 가면서 만나게 되는 요괴들은 단순한 불한당에 가깝다. 그들은 삼장의 존재를 부정하지도 않고, ‘천축으로 다다르게 하지 못하’게 하려는 특수한 목적성을 띄지도 않으며, 타락한 존재라고 몰지도 않으니까. 게다가 같이 가는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은 다들 한 힘 하는 캐릭터들이 아닌가.
하지만 10만원이란 보상을 받기 위해 손님을 광주로 데려간 김만섭은 사정이 다르다. 말이 광주지 사지(死地)에 맞먹는다. 그들이 간 곳에 등장하는 계엄군은 시민을 폭행하고, 광주의 어떤 이야기도 외부로 새어나가지 못하게 막으며, 택시운전사인 김만섭과 힌츠페터를 ‘빨갱이’로 몰아 처리하려고 한다. 이 와중에 힌츠페터가 손에 든 것은 여의봉이 아닌 카메라다. 그리고 김만섭은 도를 닦는 스님이 아닌 당장에 먹여 살릴 열한 살짜리 딸을 키우는, 빈곤한 가장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김만섭이란 주인공을 희생자로 그린다. 군부는 거대하고, 주인공은 일개 개인이다. 그러나 영화는 김만섭의 심리 변화 하나만으로 관객들의 감정을 휘어잡는다. 영화 내내 희생자의 위치에 가까운데다 조력자 하나 없이 광주 안으로 들어갔는데도, 그는 나중에 택시로 바리케이트를 쳐가면서 광주 시민들을 구한다. 재미있는 건 영화가 그런 김만섭의 심리적 변모를 아주 웅장하고 거대하게 보여주지 않는단 것이다. 영화는 ‘왜 군부가 광주 시민들을 폭행하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김만섭은 근본적인 그들의 음모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모순에 대해서 제대로 지적하지도 못한다. 그의 직업군 또한 전문적 지식과 거리가 멀지 않은가. 그런데도 김만섭은 저항한다. 다름이 아닌 주먹밥 때문이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