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독해] 황석영 장편소설 <오래된 정원>

소개

80년대 이후 격동했던 한국사회와 사회주의권의 붕괴를 근간으로 하는 세계사적 변화를 배경으로 젊은 두 남녀의 파란 많은 삶과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린 작가 황석영의 장편소설 『오래된 정원』의 줄거리 및 해석을 정리해둔 자료입니다.

목차

1. 작품 줄거리
2. 출감 후 오현우의 갈등과 내적 변화
3. 1980, 90년대 시대변화에 직면하여
4. 새로운 전망(한윤희의 일기)

본문내용

한 때 광주에서 민주화 투쟁을 했던 동지들조차 돈과 명예, 세속적인 일상적 쾌락에 젖어 든 것을 목격했을 때 현우는 자신의 투쟁이 밀알이 된 현 시대에서 자신의 설 땅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18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버티게 해줬던 신념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되었을 때, 무의미한 것으로 나타나는 역사의 공허함 앞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오현우는 3개월 동안 한윤희와 살았던 갈뫼로 내려가 윤희의 노트 20권을 읽으며 자신이 부재했던 바깥세상과 윤희의 삶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또한 자신의 딸 은결의 존재를 통해 세상과 또 다시 끈을 잡게 된다.

갈뫼에 도착한 현우는 한윤희가 완성해 놓은 그림을 본다. 80년대 수배자의 음영이 새겨진 자신의 모습과 80년대와 90년대의 중반까지 감옥 바깥세상을 살았던 윤희의 모습이 함께 덧그려진 그림이었다.

“두 사람의 얼굴을 크고 작게 거의 간격이 없이 그려놓았다. 왼편에 있는 얼굴은 나였다. 내가 그림에서 입고 있는 셔츠는 흰 바탕에 푸른 바둑무늬가 찍힌 반소매 난방이었다. 바깥세상에서의 마지막 여름이었지. 그때에는 모두가 긴 머리를 하고 있어서 그림 속의 나도 길게 자란 뒷머리가 셔츠의 깃 뒤로 빠져나와 있었다. 눈에는 짙은 음영이 칠해져 있고 움푹 팬 볼은 당시의 고뇌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다. 배경은 어두운 빨강이 주조로 깔리고 코발트의 푸른 붓자국이 세로로 그어져 있어서 음울한 분위가 더 강조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내 얼굴 옆으로 창호지를 바른 격자창문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 위에 회색이 덧칠해지고 윤희는 편지에 쓴 것처럼 자기 얼굴을 그려 넣었다. 나는 이제 새삼스레 근년의 그네의 모습을 바라본다. 윤희는 내 얼굴을 그리던 때와는 달리 훨씬 투박하고 굵은 터치로 색을 덧붙이듯 표현을 해놓았다. 머리는 드문드문 회색이었고 눈은 검은 선이 몇개 겹쳐 있는 것으로 그 뒤의 표정을 멀리 느끼게 해놓았고 광대뼈는 강조되었다.

참고자료

· 황석영, 『오래된 정원』,창작과비평사,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