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 - 유리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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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부에서 나왔다. 너를 체포하겠다.”
문을 열자마자 무장한 보안부 요원들이 손을 잡아 끌었다. 구속영장도 미란다의 원칙도 없었다. 보안부는 그럴 권한이 있었다.
순식간에 손에 수갑이 채워졌고 나는 범죄자가 되었다. 연행되는 동안 내가 했던 행동들 중 범법행위가 될만한 것들을 생각했다. 나는 30대 초반 남성이다. 애국적인 국민이며 당원이고 성실한 노동자다. 내가 범죄가 될만한 짓을 저질렀을까? 일탈이라고 할만한 짓은 있었다. 이틀 전 당에서 주관한 전당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전당대회에 불참하는건 종종 있는 일이고 대게 소액의 벌금이나 벌점, 훈방 조치로 정리되는 사안이다. 보안부까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
요원들이 나를 호송 차량에 밀어넣으려 할 때 나는 두 발로 버티며 나의 무죄를 호소했지만 그에 돌아온 대답은 한 요원이 기관단총의 개머리판으로 나의 뒷목을 후려치는 것이었다.
찰나 생각을 잃게 만드는 이 둔탁한 고통. 이 고통을 전에도 느껴본 기억이 있었던거 같다. 그 때는 무장한 경찰들이 나를 애워싸고 있었다. 경찰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방패와 삼단봉을 든 경찰들은 많은 사람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함성 소리, 고함 소리, 비명 소리가 어지럽게 섞여 들렸고 산발적으로 터진 최루가스 때문에 눈이 따가웠다. 눈물로 흐려진 내 눈에 비친 하늘은 흐릿한 잿빛이었다. 찰나 생각을 잃게 만든 둔탁한 고통. 그 충격이 내 머릿속을 울리고 있었다. 기억의 한 구석에 내쳐져있던 순간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호송 차량의 창은 유리창이 아닌 촘촘한 철망이었다. 바깥의 온도가 그대로 느껴졌다. 창밖을 보기 위해선 일어서야할 정도 높이였고 차체도 높았기 때문에 앉아있으면 밖에서 나를 볼 수 없었다. 기억속의 그 날처럼 2060년 오늘의 하늘도 뿌연 잿빛이었다. 해는 구름에 가려져 땅에 닿지 못하는 햇빛이 구름에 퍼져 빛났다. 높게 솟은 철근 구조 빌딩들은 차가운 빛을 내고 있었다. 가장 높은 빌딩들과 사람들이 많은 거리에는 항상 전광판이 있었다. 어디에서든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전광판은 그 시간에 방영하는 뉴스, 당의 선전, 국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을 호소하는 연설, 우리 세계를 파괴하려 드는 내부 외부의 적들에 대한 프로파간다, 그리고 대기업들의 독점 광고가 차지하고 있었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