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어왕>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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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기 전, 조금 일찍 도착하여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평론가들과 일반 관객의 평가가 완전히 엇갈린다는 말씀이 그것 이었는데 그 말씀의 뜻은 이 연극이 지루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연극이 시작되었고 2시간 20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습니다. 연극을 보기 전에 했던 우려와는 달리, 평론가보다는 일반 관객에 훨씬 가까운 저에게도 그렇게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제 옆에 기자로 보이는 두 분이 앉았었는데 그 분들도 나가시면서 ‘생각보다 재미있네!’ 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습니다.) 오히려 연극을 보는 내내 관객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연극을 보기 전에 <리어 왕> 텍스트를 읽었는데, 그 속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의 대화는 대부분 우리가 일상에서 주로 사용하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정확하게 어떻다고 꼬집어내기는 힘들지만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연극 내에서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텍스트와 달리 우리가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말에 더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인지 텍스트보다는 연극이 이해하기 훨씬 더 수월했습니다. 물론 시각적으로 보이는 정보들 때문에 더 쉬웠던 면도 없지 않았겠지만 현재 연극을 보는 관객들에게 적합한 표현을 사용한 것을 보면 관객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려고 했던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관객의 이해를 돕기도 하며 흥미를 끌 수 있는 현대적인 상황을 조금 가미하려고도 했습니다. 한 예로 에드거가 미친 사람 흉내를 내며 현 세태를 풍자하는 장면에서는 짧게나마 명품가방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물론 배우의 애드리브일 수도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연극을 보면서 지루하지 않다고 느꼈던 또 다른 이유는 극의 전개가 굉장히 빠르다는 것입니다. 텍스트에서의 처음 시작 장면은 켄트와 글러스터가 에드먼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인데, 공연에서는 이것이 생략되고 바로 왕이 딸들에게 땅을 넘겨주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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