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듀나의 태평양 횡단특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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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9년 전의 일이었다. 일요일 늦은 밤 무료하게 TV 채널을 돌리다가 어설픈 3D 애니메이션의 스틸컷 같은 장면이 나왔다. 궁금해서 채널을 고정하고 계속 보다보니 어떤 단편 소설의 내용을 이미지화한 것이었다. 바로 그 단편 소설이 단편집 『태평양 횡단 특급』에 수록된 ‘첼로’라는 소설이었다. ‘첼로’는 첼로를 연주하는 로봇과 중년 여성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 여성형 로봇과 중년 여성의 동성연애 이야기라는 것도 독특했지만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작가의 신상에 관한 것이었다. 듀나(Djuna)라는 가명으로 온라인상에서 활동하는 그의 신상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있었다. 작가와의 인터뷰도 이메일로 이루어졌다. 성별도 연령도 학력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런 작가의 비밀주의가 더 내 흥미를 끌었는지도 모른다.
방송을 본 며칠 후, 나는 시립 도서관에 가서 방송에서 소개한 『태평양 횡단 특급』을 빌려 읽어보았다. 총 11개의 단편들이 실린 『태평양 횡단특급』은 ‘태평양 횡단 특급’, ‘대리 살인자’, ‘허깨비 사냥’ 등 제목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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