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밀턴의『실낙원』에 나타난 악과 고통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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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판단의 기준에서 사탄은 이미 비평가들에 의해 악을 대변하는 존재로 평가되고 있는데, 그 판단의 이유는 무엇보다 ‘실낙원’의 소재가 성경으로부터 나왔고, 성경에서 사탄을 악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줄거리인 ‘인류의 시초 아담과 이브가 낙원에 살다가 뱀의 꾐에 넘어가 죄를 지어 신에 의해 낙원에서 쫓겨난다’는 내용은 창세기 1장에서 3장까지에 해당한다. ‘실낙원’에서 사탄은 뱀의 역할을 맡았는데, 이 뱀은 성경에서 ‘악’의 기원으로 취급받고 있다.
성경에서는 신에 대적하는 존재를 악으로 따로 구별한다. ‘사탄’이라는 명사가 히브리어에서 ‘대적하는 자’ Satan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실낙원’에서 사탄이 신의 반대 입장에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 때문에 ‘대적하는 자’란 명사를 이름으로 한 ‘실낙원’의 사탄 역시 신에 대적하는 ‘악’의 존재로 판단 할 수 있는 것이다.
악과 고통의 상관관계는 철학적인 관점과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우선 철학에서는 인간의 경험에 근거하여 고통으로부터 악을 인식 한다고 주장하는데, 손봉호 박사는 말하길 ‘고통이란 선과 악을 구별하는 최후의 기준’이라고 한다. 프랑스 철학자 레비나스는 “모든 악은 고통과 결부된다”고 잘라 말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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