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제문

목차

1. 배경
2. 본문
3. 김종직
4. 왜 ‘조의제문’은 김종직 사후에 주목을 받게 되었을까?
5. 단종과 세조

본문내용

배경
정축 10월 어느 날에 나는 밀성(밀양)으로분터 경산으로 가다가 답계역에서 자는데, 꿈에 신이 칠장의 의복을 입고 헌칠한 모양으로 와서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초나라 회왕 손심인데, 서초패왕에게 살해되어 침강에 잠겼다”하고는 문득 보이지 아니하였다.
나는 꿈에서 깨어 놀라며 생각하기를, 회왕은 남초 사람이요 나는 동이 사람으로 지역과 거리가 만여 리가 될 뿐이 아니라 세대의 선후도 역시 천 년이 훨씬 넘는데, 꿈속에 와서 감응하니 이것이 무슨 조화일까? 또 역사를 상고해 보아도 강에 잠겼다는 말은 없으니, 정녕 항우가 사람을 시켜서 비밀리에 쳐 죽이고 그 시체를 물에 던진 것일까?
이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드디어 문을 지어 조문한다.
본문
생각하건대 하늘이 법칙을 마련하여 사람에게 주었으니 어느 누가 하늘과 땅, 도리와 군주, 오륜을 받들 줄 모르겠는가. 중국이라서 풍부라고 조선이라서 인색한 바 아니거늘 어찌 옛날에만 있고 지금은 없겠는가. 그러기에 나는 이인(조선인)이요, 또 천 년 뒤의 사람이나 삼가 옷깃을 여미고 의제(초희왕)을 애통하게 여겨 제문을 짓노라.
옛날 진시황이 아각(대신)을 희롱하여 사해의 물결이 붉은 피가 되어 흘렀을 때, 비록 전유(철갑상어와 다랑이)와 추예(미꾸라지와 도롱뇽)라도 어찌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을 것인가. 그물을 벗어나기에 급급했으리라.

참고자료

· 이수광 저 ‘나는 야위어도 천하는 살찌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