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유화 화중유시,동양정신에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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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회화의 역사에서 시와 화는 이분되지 않았다. ‘시’를 못하는 자는 ‘화’를 할 수 없으며, ‘화’를 못하는 자는 ‘시’를 할 수 없었다. 시나 회화는 모두 인간의 인식작용이 실경에 감동하여 일어나는 흥취의 표현인데, 시는 그것을 언어로 그리는 것이요, 화는 그것을 붓으로 그리는 것이다. 따라서 시나 회화, 그것은 모두 실경에서 출발한 ‘그림’이다. 시나 화 모두 밑그림이 있고 똑같이 구도가 있다. 이러한 회화와 시의 합일은 이 시대의 예술가들이 예술작품을 창작할 때 기대하는 ‘눈에 비치는 것 이상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에도 부합하는 일면이 있었다. 소식이 왕유의 시와 회화에 대해 품평어로 사용했던 시중유화, 화중유시는 회화와 시의 상호 관련성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명제이다. 이 말은 시와 회화에 대한 품평어로 자리 잡았고, 이는 회화와 시가 상과 언을 초월하여 의의 경계에서 합일될 수 있음을 의미하였다. 시와 회화의 관계에 대한 수많은 저서와 연구들은 지금 까지 이어 온 시와 회화의 역사와 함께 했으며, 오랜 비교논의의 역사도 존재한다. 어찌 보면 시(문학)를 추구하는 자는 시의 우위를 주장했을 것이며, 회화(그림)을 하는 자 또한 회화의 우위를 주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회화와 시의 우위성을 논하는 치열한 논쟁은 시간을 건너고 건너 현재까지 긴 시간 이어져왔다. 본인은 회화와 시, 그 중 어느 분야가 더 중요하다는 그런 주장은 하지 않겠다. 이 시대에 양자의 우위성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다만 현대 동양화에 시적 전통성을 어떻게 재해석하여 유용한 조형논리로 활용할 수 있는가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시나 회화에 있어 생성된 이미지는 결국 작가의 관념이 육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창작자는 자신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진술하지 않고 이미지를 통해 전달한다. 이러한 사실은 시와 회화가 서로 밀접한 연관을 갖게 되는 근본적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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