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정호승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소개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을 읽고 나서 쓴 감상문.

목차

없음

본문내용

솔직히 말해,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읽는 이에게 위로를 주고 기운을 주기 위해 쓴 산문집들 말이다. 그래서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유행할 때에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예전에 학교 후배가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책과, 그 책의 작가가 쓴 비슷한 내용의 책을 가지고 다니는 걸 보고 강도 높게 비판한 적이 있었다. 해당 작가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는 남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또는 인생 선배로서 조언해주기 위한 내용의, 특히나 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글줄들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 이유인즉 거기에서 진심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알지도 못하는 불특정 다수를 위해 인생과 사랑에 관한 감성적인 일화들과 미사여구를 붙인 그럴 듯한 말들을 엮어, 몇 권씩이나 되는 분량의 글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을까.

<중 략>

아무 생각 없이 책을 펴 들었지만 읽다 보니 계속 읽게 되었다. 나는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도 책 내용에 깊이 공감하면서, 어느새 고개도 끄덕이면서 읽고 있었다.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또는 ‘이러이러하게 살아라’가 아닌, ‘나는 이렇게 살았는데, 당신은 어떤가’라고, 마치 모닥불 옆에 마주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듯이, 저자가 나서서 가만히 지난날의 기억들을 돌아보고 있는 것 같았다. 거기다 중간중간 시(詩)가 들어간 것도 좋았다. 저자가 시인이니만큼, 이야기 중에 자신의 시에 얽힌 내용이 있다든지, 꼭 얽혀 있지 않더라도 비슷한 사연을 가진 시가 있다든지 하면 그 시를 함께 실어놓은 것이다. 차근차근 산문을 읽으며 또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시를 감상할 수 있어 금상첨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글이라면 굳이 삶에 위로를 받거나 하지 않아도 괜찮겠구나 싶었다. 그냥 가슴에 와 닿는 시 한 구절을 우연히 발견한 것처럼, 책을 읽으면서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고 웃음 지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일이구나. 내가 산문집을 너무 우습게 알았구나 하고, 그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현혹하는 글이라며 비판을 넘어 비난만 했던 자신의 태도를 새삼 반성하게 되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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