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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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에 한 어린이가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을 흉내 내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뉴스를 본 적이 있다. 평소 좋아하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마법을 쓰는 주인공을 따라하다가 그만 변을 당한 것이다. 돈키호테를 다 읽고 나서 이 안타까운 해묵은 뉴스가 떠 오른 것은 우연은 아닐 것이다. 물론 아직 사리 판단이 분명하지 않은 어린아이의 착각과 다 성장한, 한때는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웠던 영감의 광기를 비교하는 것은 비약이 있고, 어린이 이야기는 실화인 반면 돈키호테는 소설속의 인물이긴 하지만, 16세기 스페인이나 21세기인 지금이나 '이런 미친'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상황과 그 주인공들이 존재한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게다가 우리 시대는 교통/통신의 발달로 갖가지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덜 받아 여러 소식들을 접할 수 있으며, 그 여러 가지 소식들 중에 별별 광기어린, 기상천외한 사람들에 관한 소식들도 많아 사람들이 '미친 세상' 이라는 표현을 적잖이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럼 이 '미친 세상', 16세기 스페인보다 발달한 문명 속에서 우리 시대의 돈키호테는 어떤 모습일지, 어떤 이와 가장 닮은꼴 일지 추측해 보았다.

<중 략>

지금까지 얘기한 것으로만 보면 누군가에게 21세기의 돈키호테라 하면 그 말을 들은 이는 내가 소설 중독, 게임 중독자냐면서 발끈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위에서 얘기한 21세기의 돈키호테의 모습들은 돈키호테를 '기사소설이라는 매체에 푹 빠져버려 마침내 현실을 인식하게 되지 못한 미친 사람'으로 편협한 정의를 내렸을 때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돈키호테의 또 다른 성격을 보면, 최고의 방랑 기사가 되리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 현실의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돌아다니었다.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볼 때 그는 꿈을 좇으며 그것을 꼭 이루겠다는 철의 의지를 가진 사람이자 희망적인 사람이다. 주위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꿈과는 어긋나는 현실을 인식하지만,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참고자료

· Miguel de Vervantes Saavedra, 『El Ingenioso Hidalgo Don Quijote de la Mancha』, 민용태 옮김, (주)창비,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