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야설 과제

소개

연세대 마광수 교수님 야설 과제 입니다. A학점 받았습니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배가 멈췄다. 태양이 뜨거운 혀를 낼름거리는 정오, 숨막히는 더위 속에 수염이 덥수룩한 한 남자와 일곱 살 남짓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내렸다. 둘은 부녀지간 이었다. 남자는 떠나는 배를 쳐다보며 무언가 중얼거리고는 딸을 잡아끌었다. 안녕이라고 말한 것 같았다. 남해의 작은 섬마을, 30세대 남짓한 마을에 서울에서 온 낯선 이들의 냄새가 퍼졌다. 소문을 들은 발빠른 아낙네 둘이 부녀를 이장댁으로 안내했다.
“이장님! 와보소, 서울 분들이 오셨는갑네.”
이장이 잠시 후에 부채질을 하며 나타났다.
“아고 덥구마이. 무슨 일로 오셨는가잉?”
“살러 왔습니다.”

<중 략>

“어디 있었냐. 너 교복은 어따뒀어! 옷차림, 화장이 그게뭐야 너 창년이냐?”
회초리가 한 개 더 힘없이 부러졌다. 광희는 눈물을 안 흘리려고 눈두덩이에 힘을 주었다.
“너가 미친년이야? 그따위로 하고 다니라고 내가 널 키웠냐? 졸업했으면 얌전히 친구들과 놀다가 집에 들어와야 할 것 아니야, 졸업하면 그렇게 하래 학교에서? 전화해볼까? 내가 미친놈인가 너가 미친년인가?”
남자는 또 사정없이 그녀의 종아리에 매질을 했다. 이미 시퍼렇게 멍들어 있는 그녀의 종아리가 중심을 잃고 앞으로 쿵, 무너졌다.
“아픈건 아냐? 다시 똑바로 서!”

<중 략>

“이보게! 서울서 온 안씨! 좀 나와보소!”
남자와 딸은 정사를 끝내고 헐떡이고 있었다. 이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흠칫놀라서 서둘러 옷을 입었다.
“무슨, 무슨 일이세요?”
“안씨, 추리닝을 뒤집어입었어잉? 왜 그랬으까? 방금까지 뭔짓을 한거여?”
성질 급한 김씨가 남자의 멱살을 잡았다. 소란에 놀란 광희가 벌거벗은 채로 뛰어나왔다.
“대체 무슨 짓이에요 우리 아부지한테!”
마을 남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 발갛게 상기된 붉은 뺨, 하얀 피부, 풍만한 젖가슴, 잘록한 허리, 얇고 긴 다리, 그녀는 달빛을 받아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남자들은 아름다운 광희를 보자 더욱 분노감이 치밀어올랐다. 마치, 일행이 모두 쫄쫄 굶고 있는데 한 명이 몰래 맛있는 것을 먹다 들킨 그런 배신감, 분노였다.

참고자료

· 없음